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몸이 피곤해서 오후 4시 20분경에 조기 퇴근했다. 어제저녁 늦게까지 일했기에 몸이 힘들었나 보다. 일찍 집에 들어오니 한결 여유로웠다. 보통 주중에는 저녁 9시경에 퇴근하는데, 오늘처럼 일찍 집에 들어오는 날은 별로 없다. 오늘이 특별한 날이다.
집에 오면 나는 항시 손발부터 씻고 세수한다. 오늘도 세안하고 어제 쓴 글을 수정한 다음 소파에서 휴식을 하면서 아내에게 카톡 문자를 보냈다. "저녁밥 먹으러 집에 오나요?", "예"라고 아내에게 답장이 바로 왔다.
아내의 사무실이 아파트 바로 앞에 있어서 아내는 가끔 야근할 때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 업무를 보고 퇴근한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오늘 저녁 식사 후에 아내를 사무실에 바려다 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비를 맞았다. 예상하지 못한 가을 비다. 비를 조금이라도 덜 맞기 위해 뛰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들어와서 아내에게 "지금 비 내립니다."라는 카톡 문자를 보냈다. 아내에게서 바로 답장이 왔다. "비 맞고 갔어요?" ,
나는 "조금 맞았어요." 답장을 보냈다. 그 이후로 문자 대화가 끊어졌다. 아마 아내는 일하느라 내가 보낸 마지막 카톡 문장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아내 얼굴을 보면서 뜬금없이 "왜 사는 걸까."라고 말하곤 한다. 나이 탓일 것이다. 벌써 50대 후반이다. 세월에 로켓 엔진이 달린 것도 아닌데 인생살이 한 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20대 아내를 만나 롯데리아에서 팥빙수나 햄버거, 감자튀김 등을 먹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아들이 20대 후반이 되었다. 그러니 세월이 빠르다고 느낄 수밖에 없지 않은가.
아내와 연애하고 결혼한 지 30년이 넘었다. 다음 달 , 12월 25일 크리스마스가 우리 부부가 결혼한 지 30년이 되는 날이다. 30년이란 시간이 "왜 사는 걸까?"라는 질문을 하게 하는 모양이다. 이 질문에는 가버린 세월이 아쉽다는 의미가 일부 내포되어 있다고 고백한다. 이렇듯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려간다. 아쉽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