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태탕과 동태찜
동료의 등치 큰 SUV차량이 차도를 벗어나서 10여분 비좁은 골목길을 요리조리 아슬아슬 빠져나가고 있었다. 운전자가 젊은 여성이라서 내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택배 차량을 비겨가며 마침내 차를 세운 곳은 인적이 드문 주택가였으며 바로 앞에 동태전문 식당 간판이 보였다. 동료들과 점심 먹으러 이 음식점에 온 것이다. (식당 상호명은 기억에 나지 않는다.)
주변을 살필 겨를도 없이 찬바람을 피해 서둘러 식당으로 들어가니 우리보다 먼저 온 손님들로 가득했다. 역시 맛만 있으면 아무리 후미진 골목에 있는 식당이라도 손님이 알아서 찾아온다는 걸 느끼면서 어느 테이블에 앉아야 하는지 몰라 잠깐 멍하니 머뭇거렸다
다행히 식당으로 출발하기 전에 또 다른 여직원이 예약을 해놓은 터라 종업원의 안내를 받고 식당홀 가운데 위치한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식당은 쿠팡의 로켓배송처럼 빠르게 주문한 음식을 내놓았다. 백김치 등 밑반찬과 공깃밥이 먼저 나왔고 뒤이어 양념된 동태찜이 큰 냄비에 한가득 담겨 나왔다.
나는 사무실에서 출발하면서 동태집에 간다기에 동료들을 따라나서면서 동태탕을 생각했었는데, 동태찜이 나와서 좀 실망했다. 즉 추운 겨울에 얼큰하고 따끈한 동태탕을 기대했었는데 탕이 아닌 찜을 먹게 되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만약 동태찜을 먹자고 확실히 동료의 말을 들었다면 여기 말고 다른 식당을 가자고 제안했을 것이다. 음식 메뉴를 정확히 듣지 않은 내 잘못이니 누구를 탓하겠는가. 엎질러진 물이 되었으니 돌리킬 수도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동료들에게 내색은 하지 않았다. 버스가 떠나는데 손을 흔들어 봤자 손과 마음만 아프니까. 그래도 매콤한 동태찜에 공기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흡족하지는 않았지만 동태찜은 그런대로 내 입맛에 맞았다.
이렇듯 후미진 주택가의 식당도 맛만 있으면 손님이 알아서 찾아온다. 음식점의 성공 여부는 음식 맛이 결정한다는 사실을 이 동태찜 식당이 증명해 준 셈이다. 식당 밖은 음산하고 한적한 뒤골목이지만 식당 안은 손님들로 북적여 따뜻하고 포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