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굴밥집과 썰렁한 카페의 차이
기온이 뚝 떨어진 추운 날씨다. 바람까지 강하게 불어서 밖에 나가기가 겁난다. 매서운 추위 때문에 출근해서 사무실에 늘어가면 퇴근할 때까지 밖에 나가지 않는다. 그렇지만 점심때가 되면 어쩔 수 없이 사무실을 나와야 한다.
오늘은 해외여행을 다녀온 옆부서 모 과장님이 점심을 대접한다기에 따라나섰다. 사무실에서 약 130미터 떨어진 굴밥집에 걸어서 가는데, 어찌나 추운지 주변을 살필 겨를도 없이, 우리는 헝클어진 머리를 한 채 발걸음을 재촉하며 식당으로 갔다.
이 식당은 굴국밥, 굴순두부, 굴해장국, 굴돌솥밥, 굴부치개, 굴전, 굴해물찜 등 굴요리를 전문으로 파는 굴밥집 전문식당이다. 100평쯤 되는 식당홀에 손님으로 가득 찰 정도로 지역에서 소문난 맛집이다. 멋있는 인테리어도 특별한 서비스도 없지만, 맛있는 굴요리 때문에 손님이 항상 많다.
식당에 들어올 때도 초만원이었는데, 우리가 음식을 다 먹고 식당을 나올 때도 역시 빈 테이블이 거의 없었다. 이 굴밥집처럼 식당이 잘 되면 부자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손님이 많은 것에 대해 감탄을 하면서 식당에서 약 200미터 떨어진 조용한 카페에 갔다. 이 카페는 우리 말고는 손님이 없었다. 때문에 50평 정도 되는 넓은 카페가 썰렁했다. 손님 많은 굴밥집과는 대조적이었다.
우리는 아메리카노를 시켜놓고 구석진 테이블에 앉아서 주문한 커피가 나오길 기다렸다. 그러나 시간지체 없이 종업원이 따듯한 아메리카노를 직접 우리 테이블로 가져왔다. 손님이 우리밖에 없기에 이렇게 빠르고 친절한 서비스가 가능한 일이다.
사실 이 카페는 식당 용도를 겸하고 있다. 교회와 연결된 교회부속 카페인데, 일요일에는 신도들의 식당으로 활용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카페로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부업용 카페인 셈이다.
이 지역 토막이의 말에 따르면 이 카페는 전문성이 떨어져(커피 맛이 없어) 손님이 없다고 했다. 한 집 건너 다음 가게도 카페인데, 커피 맛에 경쟁력이 없다면, 당연히 장사가 잘 될 리가 없다. 그 결과 인건비도 감당 못하는 카페가 된 것이다. 이 카페에서 30미터 떨어진 곳의 다른 카페에는 손님이 많아 점심시간에 앉을자리가 없다.
굴밥집에는 손님이 많고 교회에 딸린 카페에는 손님이 없는 이유는 바로 전문성 여부다. 식당이든 카페든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우선 맛이 있어야 한다.
평범한 주부가 요리하듯 만든 음식으로 영업하는 식당이나 개나 소나 만들어낼 수 있는 아메리카노를 파는 카페는 손님이 구름처럼 밀려올 거라는 망상은 예초에 접어야 할 것이다. 대신에 폐업하는 날을 잡는 게 더 이성적인 생각일 것이다. 그래야 손해를 덜 볼 테니까.
유심히 살펴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전문성 없이 개업한 분식점, 식당이나 카페가 의외로 많다. 이런 식당은 반드시 망하는데, 왜 개업하는지 알 수가 없다. 요식업 공부가 선행되지 않은 비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