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글쓰기

끈기 있게 글쓰는 방법

kddhis 2025. 1. 23.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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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앞에 앉은 지, 2시간가량이 지났는데도 글감을 찾지 못하고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아내가 퇴근해 얼굴을 내민 9시경에도, 헬스장에서 헉헉거리며 돌아온 10시쯤에도 그때까지 똑같은 자세로 앉아서 문장을 만들지 못한 채 컴퓨터 화면만 눈이 빠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사실 그냥 앉아 있지는 않았다. 손으로 머리를 쓸어 보고 양반 자세로 고쳐 앉아 보기도 했으며 머리를 돌리고 입을 쩍 벌려보면서 글 쓰려고 나름 눈물 나게 애썼다. 그럼에도 좀처럼 글감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럴 때 하는 말 미치고 환장하겠네

 

 

글을 인내와 끈기로 쓰는 것이지, 잔머리로 쓰는 것이 아니기에 최대한 버텨보았지만 참는 데도 한계가 있게 마련, 결국 컴퓨터를 끄고 방을 나와 버렸다. 저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순간이었다.

 

 

사람이 되기 위해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고 쑥과 마늘을 먹은 단군신화의 곰과 호랑이 중에 나는 어제 호랑이 사촌쯤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끈기 없는 단군신화의 호랑이로 취급받기 싫어, 나는 보통 글감을 찾기 위해 하루 일과를 뒤돌아본다. 하루의 기억 속에서 특별한 느낌을 준 사건, 만남, 장면, 현상, 날씨, 풍경 등에서 글감을 찾아내기 위해서다.

 

 

그런데, 어제처럼 단조로운 날에서는 주제나 소재 등을 찾기가 무지 힘들다. 그러면 오늘이란 시간을 벗어나 먼 과거 여행을 떠난다. 어린 시절부터 최근까지의 희미해진 기억을 더듬어 글감을 찾아 나선다.

 

 

그러면 운 좋게 쓸거리가 마법처럼 나타난다. 그리고 글감이 잡히면 글은 일사천리로 써진다.

 

 

하지만 머나먼 과거 여행에도 불구하고 어제처럼 글감이 떠오르지 않고 속 빈 강정처럼 머리가 엉망인 경우가 간혹 있다.

 

 

그런 날은 재수 옴 붙은 날이 된다. 어제가 그런 날이었다. 기분은 처지고 우울 지수가 천장을 뚫고 끝없이 올라가는 침울한 날이었다. 해결 방안은 딱 하나, 모든 걸 잊고 잠을 자는 것이다.

 

 

하지만 수면이 당장의 피난처가 될지 몰라도, 다음 날 눈 뜨면 자신과의 약속을 어겼다는 죄의식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스멀스멀 머리끝까지 올라온다. 이 때문에 불쾌감이 온몸을 감싸고 허무까지 편승한다. 불쌍한 인간이 되는 것은 이처럼 간단하다,

 

 

글감이 생각나지 않은 지루한 날에서는 일상과 다른 그 무엇과 접촉하는 행위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어 보인다. 다시 말해 지금과의 다른 환경에 스스로를 노출시키는 이탈행위 같은 것 말이다. 대표적인 것이 여행이다.

 

 

그렇다고 직장인이 자유롭게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은 희망 고문에 가깝다. 직장은 현실이고 글쓰기는 여벌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에 접하는 또 다른 한 가지가 있다. 여건상 직접 체험을 못하면 간접 경험이 그 답이다. 그 답은 바로 독서다. 그래서 오늘 책 한 권을 주문했다.

 

 

주문한 책은 논어다. 중국 유명한 소설가이며 나는 학생이다의 저자인 왕멍이 쓴 논어 해설책이다. 간결한 문체 때문에 이 책을 선택했다.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 불안전한 세상에서 신이 아닌 우리가 조금의 허점에 노출되었다고 해서 의기소침할 필요는 절대 없다.

 

 

나 역시 어제 나와의 약속(글쓰기)을 어겼다고 자학하지 않는다. 대신 완벽을 꿈꾸지 않고 꾸준함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꾸준함은 한 번의 단절도 없는 것이 아니다. 지속성은 끊어진 연결고리를 이어가는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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