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소망 사랑

나의 명절 증후군 탈출기

kddhis 2025. 1. 25.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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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도 6일간 설명절 연휴가 시작되는 첫날이다. 올해부터 명절 차례상을 차리지 않기로 했는데도, 아내는 연휴기간에 가족이 먹을 음식을 만들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났다.

 

 

아내는 긴 연휴 동안, 끼니가 걱정되어 특별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한두 번은 외식할 수도 있고 배달음식을 시켜 먹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6일간 삼시 새끼를 다 그렇게 할 수 없는 노릇이다. 특히 객지에서 생활하는 큰아들은 집밥을 선호한다. 이에 아내는 연휴 동안 집에서 먹을 음식이 필요하다고 여긴 것 같다.

 

 

이 때문에 아내는 새벽부터 주방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아내는 잡채,  만두, 육전, 동그랑땡 등의 음식 재료를 이미 쿠팡에서 배달받아 놓았으며 어떤 음식을 만들지도 구상된 상태다.

 

 

만두 만드는 아내

 

 

예전 같으면 대형마트나 농수산물시장 등을 돌아다니며 사 왔을  돼지고기, 소고기, 생산, 과일, 야채 등 식재료를 지금은 쿠팡에서 해결한다. 시간도 절약되고 가격도 마트에 비해 크게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필요한 물품을 배달 주문한 것이다. 

 

 

나는 아내에게 음식 많이 장만하지 말라고 몇 번을 신신당부했다. 직장을 다니는 아내가 명절 연휴기간에 편히 쉬어야 하는데, 요리하느라 그렇지 못할까 봐 걱정되어서다.

 

 

아내는 30여 년 동안 장남인 나와 결혼한 후, 명절(추석, 설) 때마다 맏며느리로써 설날(추석일) 하루 전이나 이틀 전에 시골 부모님 댁에 가서 명절 음식을 만들었다. 물론 어머님이 대부분의 음식을 준비하셨지만 아내 몫도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아내가 제일 부담이 되었던 것은 차례에 올릴 제사 음식이 아니었다. 명절기간 동안 식구 20여 명이 먹는 식사였다. 끼니때가 되면 밥상을 차리고 설거지까지 해야 했기 때문이다. 시간 지나 집안 남자들이 설거지를 도와주었지만, 결혼 초기에는 설거지는 모두 여자들이 했었다. 

 

 

당시 아내의 명절 증후군 때문에 고향으로 가기 위해  우리가 거주하고 있는 도시의 고속도로 IC를 빠져나갈 때쯤이면 아내를 머리가 아프다고 말하곤 했었다. 그만큼 아내는 명절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이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아버님과 어머님은 1년에 두 번,  추석과 설날에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음식을 먹는 것을 좋아하셨다. 특히, 나는 조상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차례상을 올리는 것이 당연한 후손의 책무라고 여기셨던 아버님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조상 신을 믿는 부모님과 명절 증후군에 시달리는 아내 사이에 나도 고통을 받고 있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이 나에게 명절은 즐거움보다 부담이 되었다. 

 

 

하지만, 앞으로 추석이나 설날에 차례를 지내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은 가족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아버님은 5년 전에 돌아가셨고 어머님은 중병이 나셔서  6년째 병원과 요양원에 계시기 때문에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일 일도 없어졌으며, 명절 때마다 기계적으로 제사음식을 마련한 것에 회의감이 들었고 이런 재래의식 (在來儀式)에 대해 이유와 근거도 찾지 못했다.

 

 

이렇듯 조상님께 올리는 재래의식(在來式)이 이성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제부터 조상께 차례상 올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아내는 더 이상 차례상을 준비할 필요도 대가족의 밥상을 차릴 일도 없어졌다.

 

 

지금부터 아내가 명절 연휴에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 그러나 아내는 아들이 설날을 맞아 집에 오면 맛있는 음식을 아들에게 해주고 싶은 엄마가 되었다.

 

 

우리 어머님도 아내처럼 아들이 고향 집에 오는 날이면, 어머님은 미리 우리가 좋아하는 음식을 해놓으시고 우리를 기다리셨다.

 

 

세월이 흘러 아내가 우리 어머님과 같은 입장이 된 것이다. 아내가 명절 연휴 첫날, 새벽 6시경에 일어나 음식을 만드는 것은 우리 어머님의 마음처럼 자식에 대한 엄마의 사랑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내가 가족을 위해 음식 만드는 것보다 연휴기간에 마음 편하게 즐거운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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