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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하천 산책로에서 만난 겨울 풍경

kddhis 2025. 2. 17.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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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집에 혼자 남겨두고 매정하게 아내는 헬스장으로 운동하려 나갔고 아들은 카페로 공부하려 갔다. 나는 적막한 집에서 우두거니 있다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매서운 날씨가 휴일을 맞아 급격히 상승하여 기온이 영상 11도까지 올라가 봄날씨처럼 따사롭고 포근했다. 간혹 겨울 동안에 오늘처럼 반짝 부드러운 날이 한두 번씩은 있게 마련일 뿐, 겨울이 끝난 것은 아니다. 날씨는 갑자기 돌변해 다시 추워지기 일쑤니까. 하지만 어제에 이어 오늘만큼은 산책하기에 딱 좋은 날이다. 

 

 

우리 아파트에서 서쪽 편에 개천이 있는데, 아파트 단지를 나와 계단을 내려오면 바로 앞에 개천 뚝이 있다. 이 뚝에서 하천으로 이어지는 또 다른 계단으로 내려가면 하천에 다다르고 하천을 건널 수 있도록 징검다리가 놓여 있다. 

 

징검다리

 

 

이 징검다리는 어린 시절 시골 고항 개울가를 건널 때 밟았던 자연 그대로의 큰 돌덩이가 아니라 콘크리트로 단단하게 제작된 네모 반듯한 직사각형 징검다리다.

 

 

이 하천을 따라 산책길과 자전거 도로가 남북으로 길게 늘어져 있다. 나는 튼튼하게 놓인 징검다리를 건너서 맞은편 산책길을 걸었다. 북쪽으로 이십 킬로미터 정도 걷다가 집으로 되돌아오는 단조로운 왕복 산책 코스이지만 산책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 하천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걷기도 하고 조깅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애완견 산책도 시킨다. 사람들은 하천변에서 삶의 고단함을 잊고 건강도 챙기면서 자유를 만끽하며 생활의 활력을 찾는 것 같다. 주민들에게 참 고마운 하천이며 산책길이고 자전거 도로다.

 

 

휴일을 맞아 가족끼리, 부부끼리, 친구끼리, 걷고 뛰고 자전거 타고 모습이 평화로워 보였다. 여기에 애완견까지 데리고 나온 사람들도 무척 눈에 띈다. 과히 멍멍이가 대접받는 개새끼의 태평시대다. 공자가 개를 어린애처럼 돌보는 개 같은 세상을 본다면 무슨 말을 할지 엉뚱한 생각을 하면서 무작정 걸었다. 

 

 

나처럼 집에만 박혀있어 답답한 마음에 산책을 나온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겨울 한 복판 2월 중순이다. 내일부터 다시 기온이 뚝 떨어지면 나이 든 어르신들은 외출하기가 어렵게 되기에 오늘같이 잠깐 기온이 상승한 날에 산책은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것이다.

 

 

포근한 날씨에도 여전히 개천은 한 겨울이다. 푸른 색갈이 바랜 베이지색 잔디는 숨도 쉬지 않고 쥐 죽은 듯 납작 엎드려 있고,  하천 한가운데에 갈대는 비스듬히 누운 채, 바람이 부는 데로 흔들리는 모습이 애처롭고 안쓰럽다. 하천변의 말라 비뚤어지고 색이 파랜 식물들은 아직 겨울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마치 모든 만물이 죽은 듯이 숨죽이고 있었다.

 

 

하지만 개울물은 여전히 졸졸졸 흐르고  물가운데서 고개를 처박고 먹이를 찾는 천둥오리들도 보이고, 어디에서 날아왔는지 거대한 키 큰 학과 조그마한 아이 학도 긴 목을 흐느적거리며 먹이를 찾아 걷는 모습도 보였다. 이처럼 보이는 것이 살아 있는 생물이며 자연이요 생명체니 어찌 겨울을 죽음으로 만 여길까. 그래도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겨울은 참으로 억울할 것이다.  

 

 

이 하천은 기존의 하천을 새로 단장하여 만들어 놓은 것 같다. 구 하천을 완전히 리모델링했다고나 할까. 그 결과 깨끗하게 정비되어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천과 공원, 산책길, 자전거길은 시민들에게 휴식처이자 운동 공간이며 강아지 뛰노는 놀이터이다. 어르신들에게는 중간중간에 가볍게 운동할 수 있는 운동기구가 설치되어 굳은 몸을 푸는 헬스장 역할도 함께 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힐링이 되는 이 도심의 하천을 사랑하고 고마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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