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소망 사랑

중년 남자의 봄나들이

kddhis 2025. 3. 6.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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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와 두 여자가 함께 한 산보

 

 

"오늘은 어디서 점심을 먹을까? "  사무실을 나가면서 한 남자와 두 여자가 하는 소리다. 물론 말로는 하지 않고 머릿속으로 각자 생각했을 것이다. 한 남자는 저이고요, 두 여자는 옆부서의 두 과장님이시다.

 

 

마침내 두 과장님 중에 한 분이 추어탕 먹자고 제안해서 우리는 모두 동의하고 그 식당이 있은 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우리 사무실에서 추어탕집까지 가려면 골목을 지나 대로변으로 갔어야 했는데, 이야기에 몰입한 탓에 주택가 골목길에서 대로변으로 가는 지점을 지나 엉뚱한 길로 잘못 들어서는 바람에 길이 끊긴 막다른 길목에 이르고 말았다. 

 

 

이 지역을 잘하는 두 과장님과 함께 우리는 비탈진 마을 능선을 넘어 대로변으로 연결되어 있는 길로 봄볕을 맞으며 추어탕집으로 걸어갔다. 역시 마을 동산을 넘으니 큰 도로가 나오고 대로변 옆에 추어탕집이 큰 터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데 멀리서 추어탕 식당광고 간판이 보였는데, 글쎄 탑형 간판에는 식당 영업 개시일이 내일(3월 7일)이라고 쓰여 있었다. 이제 막 개업을 준비하는 식당이었다

 

 

우리는 실망해서 순각 멈칫하며 서 있는데, 식당 출입문이 열려 있어, 혹시 오늘도 영업하나 싶어 식당 쪽을 바라보니 식당입구에서 시장님으로 보이는 분이 손사래를 치며 영업하지 않는다는 수신호를 보내왔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추어탕을 포기하고 추어탕 뒤편에 있는 칼국수 식당으로 방향을 돌렸다. 이 칼국수 식당은 이 지역에서 소문난 맛집으로 두 과장님은 여러 번 이곳을 왔을 터이고 나는 한 번도 오지 못해서, 이제야 이 식당의 칼국수를 먹게 되었구나 하고 속으로 쾌제를 부렸다.

 

 

칼국수 식당 앞에 이르자 두 과장은 동시에 웬일이지 오늘은 웨이팅이 없네 하고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어쨌든 운 좋게 우리는 기다리지 않고 칼국수 식당으로 들어가 바로 주문하고 칼국수를 맛있게 먹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칼국수 맛은 100점 만점에 70점 정도밖에 줄 수 없는 그저 평범한 칼국수였다. 이 평가는 어디까지나 나의 개인적인 맛에 대한 평가임을 밝히는 바이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를 수 있으니까, 오해 없기를

 

 

내 기대를 배신한 칼국수 식당을 뒤로하고 우리는 길인지 농로인지 알 수 없는 외길을 따라 다시 오던 길을 찾아 주택가 꼭대기를 넘어서 이 지역의 충령탑과 배수지를 끼고돌아 주택가와 연결될 골목길을 따라 사무실로 되돌아왔다.

 

 

시가지가 환히 보이는 지대가 높은 동산을 넘어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복귀한 것이다. 바람은 찬 기운이 아직도 남아있었으나, 바람이 춥다는 느낌보다는 봄을 샘내는 겨울 끝자락에 부는 시원한 바람처럼 느껴졌다.  

 

 

 

 

화창한 볕은 따사로웠고 하늘은 푸르고 텃밭에는 나지막한 하얀 비닐하우스 안에서 파란 쪽마늘 새순이 모습을 드러내는 봄날의 산보는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도시에서 이제 막 새눈이 돋아 난 냉이를 볼 수 있는 날에 밭두렁을 걷는다는 게 얼마나 행운인가. 산책하는 동안에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우리는 사무실로 빨리 돌아올 수 있는 대로변을 택하지 않고 마을 능선을 넘어 주택가를 돌아 돌아 비좁은 길을 택한 이유는 산보도 하고 서로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눌 수 있어서였을 것이다. 나눈 이야기기보다 봄날을 즐겼다는 것이 중요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두 과장님의 대화는 끝김이 없었다. 마치 라디오 방송처럼 한순간의 침묵도 없이 알알이 이어지는 두 분의 이야기 소리가 너무도 보기 좋았고 듣기 좋았다.

 

 

무뚝뚝한 남자들이나 과묵한 사람들보다 두 분의 대화는 한결 다정하고 다감해 보였으며 허심탄해 보였다. 숨김없는 두 여성 과장님의 말이 세상의 소금처럼 들렸다. 그 이야기의 내용이 아니라 그 이야기 속에 품고 있는 그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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