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소망 사랑

봄이 내 마음을 흔들고 있다.

kddhis 2025. 3. 9.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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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봄이 내 마음을 흔들고 있다.

 

완연한 봄날씨다. 영상 12도를 오르내리는 기온과 함께 하늘까지 화창한 봄날이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새봄이 왔다.

 

 

반가운 봄기운에 마음이 들떠 아내에게 올해는 봄에 흠뻑 적셔보고 만끽해 보겠노라고 큰소리쳤다가 한 소리 들었다.

 

 

매년 봄마다 로터리 친 밭에 거름 뿌리고 밭두둑 만들고 예초 검정비닐 씌우고 채소 모종 심고 물 대고 잡초 제거 작업하느라 힘들어했었지, 언제 당신이 한가하게 봄을 즐기고 개나리 꽃향기 맡을 생각이나 겨를이 있었냐고 이와 같은 말로 핀잔을 들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봄이 되면 으레 대추나무, 고구마, 옥수수, 참외 등 밭농사 일하기 바빴지, 낭만적인 봄 감상은 엄두도 생각도 못한 게 사실이다. 그 대신 직장 열심히 다니고 주말이면 얼른 밭일 끝내고 집에 와서 쉬는 게 급했지 봄은 무슨 얼어 죽을 봄이었던가. 봄부터 시작된 직장과 농사의 이중생활 때문에 피곤하고 지친 일상의 연속이었다.

 

 

맞다. 하나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렇다. 작년까지는 봄을 그렇게 억울하게 보냈다. 그렇다고 올봄도 그렇게 보내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이제는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예전처럼 밭일하되 봄을 즐길 참이다.

 

 

만약 이렇게 마음을 새로 고쳐 먹지 않으면 손바닥에서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영영 이 좋은 봄을 허무하게 매년 보내버릴까 두렵다. 물론 움켜쥔다고 모래알이 안 빠져나가는 것은 아니듯이 자연스럽게 떠나는 봄을 즐긴다면 그래도 다름 삶에 위안이 될 것이다.

 

 

지난겨울에 나는 봄을 즐기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예전과 다른 봄날을 보내기로 나와 약속을 한 것이다. 더 이상 지루하고 바쁘고 힘들어하는 그런 볼품없고 재미 한 개도 없는 봄날을 절대로 다시는 보내지 않기로 굳건히 마음먹었다.

 

 

봄, 먼저 반기지 않으며 실상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다.

 

따사로운 볕아래 하늘 거리는 봄바람을 맞으며 졸졸 흐리는 물소리도 들어보고 노란 개나리에 눈길을 주고, 저 멀리 산 등선에 핀 진달래를 바라보며, 풍성하게 피었다가 떨어지는 벚꽃길을 걸어도 보고, 이름 모를 들꽃을 반갑게 맞이할 참이다. 시끄럽게 지저귀는 새소리도 들으며 이 봄을 즐길 작정이다.

 

 

한 번 가면 돌아오지 않은 올봄이다. 다시 만날 수 없는 2025년 봄이다. 억만금 천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이 봄이다. 그런 봄을 그냥 보낼 수는 절대로 없다.

 

 

우리가 먼저 봄을 반기지 않으며 봄이 우리 곁에 왔어도 실상 봄을 못 보게 되고 못 느끼게 된다. 이 얼마나 슬프고 가슴 아픈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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