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넘어 현재와 과거의 공존
우리 사무실 건물은 4층으로 본동과 별관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본동은 오래된 교육청 건물을 리모델링했고 별관은 새로 지은 건물입니다. 두 건물을 통로로 연결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무실 건물 옆에는 오래된 초등학교가 있는데, 이 초등학교가 아내의 모교입니다.
아내는 국민학교 4년학년까지 이 학교를 다니다가, 같은 읍소재지의 다른 국민학교로 전학을 갔습니다. 그 후 그 지역의 여자중학교를 졸업한 후 장인어른의 직장을 따라 대도시로 이사하여 그곳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다녔습니다.
살다 살다 별일입니다. 아내가 이 지역을 떠난 지 벌써 40년이 넘었고, 이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50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나는 아내의 초등학교 모교 옆에 있는 건물로 매일 출근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무실 위쪽 그러니까 초등학교 뒤쪽으로 주택가가 있는데, 그 주택가 어느 집에서 50여 년 전에 아내가 살았다고 합니다. 세상에, 아내가 살았다는 이 마을 바로 앞에서 내가 출근하고 있다는 게 참 신기하고 신비롭습니다.
아내가 오십여 년 전에 살았던 곳으로 지금 내가 출근하고 그 마을 길을 따라 거닐다니, 신기하지 않습니까. 듣기만 한 아내의 옛 추억을 되새겨질 때면, 왠지 이상 야릇한 느낌이 듭니다. 이 지역과 우리는 어떤 인연이 있는 걸까요?
형형색색의 옷을 입고 학교에 가는 앳되고 앳된 초등학생들을 보고 있노라면, 아내가 50년 전에 이 학교를 다니면서 저 아이들처럼 공부하고 뛰어놀았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아내가 국민학교 다닐 때에는 학교 주변이 온통 논밭이었는데, 지금은 아파트와 상가, 업무시설이 들어서 있습니다. 도심의 번화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 옛날처럼 농촌지역도 아닙니다. 지금은 논밭은 모두 없어지고 도시화가 되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아내가 살았던 집터를 찾아갔을 때나, 그녀가 다녔던 여자중학교를 갔을 때에, 아내는 아마 먼 여행을 다녀온 듯한 기분이 들었을 것입니다. 50년 만에 돌아온 고향처럼 느꼈을 것입니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돌고 돌아 결국 아내는 다시 그곳으로 되돌아왔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입니다.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는 우주의 이치처럼, 우리도 언젠가는 다시 돌아가는 날이 올 것입니다. 인간도 다른 모든 생명체처럼 나아 죽는 또 나아 죽는 자연의 순환을 따르는 존재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