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대가
잠에 취해 있는 아들을 5시에 깨워 대추 밭에 왔다. 봄 동안 대추밭에 풀이 무성하게 잘았다. 오늘 할 일은 풀 깎기이다. 예초기 조립이 서툴다. 나사를 조이고 풀고를 여러 번 반복하여 겨우 충천식 예초기를 조립하였다.
예초기를 들고 밭 가장자리에 본 대추밭은 이름 모를 하얀 들꽃이 대추나무를 에워싸고 있었다. 정원에 있으면 대접받을 꽃인데 대추밭에 있는 꽃은 제거되어야 할 잡초일 뿐이다. 에엥--하는 예초기 소리와 함께 예초기가 닿은 곳마다 잡초들이 바닥에 힘없이 쓰러진다. 대추나무 옆 잡초는 벨 수 없다. 혹여나 대추나무가 다칠까 예초기를 나무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들과 번갈아 2시간 정도 예초작업을 했다. 대추밭 면적의 삼분의 일도 못했다. 다음을 기약하고 여기까지 작업을 마쳤다. 그 시각이 대략 오전 7시 30분이다. 아들은 제법 무게 나가는 예초기를 1시간가량 잡고 작업을 해서 팔에 힘이 없다고 한다. 나 역시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안 쓰던 팔 근육을 갑자기 오랜 시간 사용하니 근육에 무리가 간 것이다.
예초작업 한 부분과 하지 않은 곳이 확연히 구분이 된다. 예초작업을 한 곳은 군대에 갓 입대한 군인의 머리 스타일처럼 깔끔하다. 이와 대조적으로 작업하지 않은 곳은 파마가 풀어진 아줌마의 머리카락처럼 헝클어진 모양이다. 무더운 여름 낮에 작업을 할 수 없어 해질 무렵에 다시 작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대추밭을 떠나는데 대추나무에 눈길이 간다. 오랜 시간 기른 대추나무들이라 정이 든 모양이다.
6년 전에 조그만 묘목을 심었는데 그 세월 동안 어른 키 이상으로 대추나무가 자랐다. 가을에 맛있는 대추를 먹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하지만 걱정도 함께 된다. 대추나무는 병충해에 약하다. 농약을 여러 번 쳐 주어도 병충해를 입으면 낙화되고 벌레가 갉아먹어 우리가 먹을 게 없다.
집에 도착하여 아침을 먹고 잠시 쉬는데 아들은 힘이 들었는지 자기 방에서 코를 골고 잔다고 아내가 이야기해 준다. 평소에 육체노동을 하지 않아 아들은 모처럼 힘든 노동의 대가로 곯아떨어진 것이다. 예초 작업이 준 꿀맛 같은 잠이다. 요즘처럼 노동을 멀리하는 환경에서 예초작업은 아무 때나 누구나 쉽게 해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꿀잠은 신선한 노동의 대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