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소망 사랑

가방끈 위에 실력

kddhis 2023. 6. 27. 22:47
728x90
반응형

가방 지퍼(zipper)가 고장 났다좌우 톱니가 지그재그로 맞물리며 잠기고 열리는데 톱니가 서로 물리지 못해 잠금이 되지 않는다여러 번 시도했지만 소용없다힘껏 땅겨는 과정에서 톱니 몇 개가 빠졌다. 4년 동안 메고 다닌 망가진 백팩(back pack) 을 버리고 수년 전 국제행사 기념품으로 받은 작은 손가방을 들고 다닌다.

   

돌이켜 보면 오랜 세월 가방을 줄곧 갖고 다녔다국민학교 때는 가방이 없어 보자기가 책가방 역할을 했다보자기 중앙에 책을 층층이 쌓고 보자기를 돌돌 말아 묶어 어깨에 대각선으로 메고 학교에 갔다. 70년대  학생들은 책 보따리를 가방처럼 가지고 다녔다.

   

중학교 때서야 비로소 손가방을 들고 다녔다그때 중고생 책가방 스타일은 둘로 나눈다남학생용과 여학생용. 가방의 모크기색상이 거의 비슷비슷했다한마디로 똑같은 책가방 타입이다그 시절 여학생에게 책가방이 무거워 말없는 고충이 있었다가방에 책과 공책을 넣으면 무게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책가방이 여고생 팔뚝을 굵게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시간이 흘려 언제부터인가 등에 질 수 있는 백팩이 등장했고 대중화되었다백팩은 손으로 들고 다니는 가방보다 등산 배낭처럼 등에 짊어지고 다니기에 힘이 덜 든다. 따라서 남녀노소 없이 백팩을 메고 다닌다편리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노트북이나 태블릿 PC, 스마트폰으로 책(전자책)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별도로 책가방이 필요 없는 시대가 되었다대신 노트북을 케이스에 넣어 메고 다닌다구태여 종이 책을 가지고 다닐 이유가 사라져 버렸다. IT기기가 책가방을 역할을 일정 부분 대체하고 있다.

 

책보자기부터 노트북 케이스까지 항상 가방을 지니고 다녔던 것 같다물론 직업상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지만 대체로 가방은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특히 여성은 가방에 목숨 걸 정도이다. 에르메스, 루이비통, 구찌 등이 수천만원에 불티나게 팔리는 것을 보면 입이 딱 벌어진다. 할인행사 매장 앞에서 밤샘하는 진풍경도 이해가 안 간다.

 

책가방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가방 속에 무엇을 넣고 다니느냐가 중요하다. 제 아무리 비싼 가방이라도 가방에 만화책이나 무협지를 넣고 다닌 학생과 수험서나 전공서적을 넣고 다니는 학생과는 수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가방을 보면 사람의 어떤 직업, 직종에 종사하는지 대충은 알 수 있다. 연장이 들어있는 목수 가방, 일수 돈 회수 조폭 가방, 성경이 들어 있는 목사 가방, 각종 변론 서류가 들어 있는 변호사 가방 등

 

머리에 어떤 지식과 정보가 들어있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지듯 가방 안에 무엇을 넣고 다니는가가 그 사람의 미래 진료 향방을 알 수 있다골프 가방을 들고 다닌 학생은 미래 프로 골퍼로, 가방 안에 법률 서적이 있다면 미래 변호사로, 시집과 소설책을 가지고 다니면 작가 될 기질이 농후하다

 

가방에 달린 끈을 학력으로 빗대기도 한다. 학력이 높은 사람에게  "가방끈이 길다". 학력이 낮은 사람에게 "가방끈이 짧다."라는 표현한다.

 

하지만 가방끈의 길이가 예전보다 덜 중요해지고 있다. 학력이나 학벌보다 실력이 우선시 되는 세상으로 바뀌고 있다. 유튜브 등 SNS 발달로 실력만 있으면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1인 미디어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학력이나 학벌을 무시할 수 없다. 사회생활에 상당한 플러스 요인임을 분명하다.

 

그러나 실력 없는 학력, 학벌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실력 없이 학력만 믿고 있다간 오도 가도 못하는 집 나간 들고양이 신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족 못하는 직장은 가기 싫고 능력이 없으니 좋은 직장에선 받아 주지 않아 이래저래 고학력자 백수로 지내는 불쌍한 중생도 많다. 이러면 정말 대책 없다.

 

정부기관에서 인증해 주는 검정 자격증 보다 현장에서 실력으로 보여주는 검증된 실력자가 더 대우받는다. 만약 당신이 사장이라면 자격증 소유자를 채용하겠는가 아니면 현장에서 실력을 보여준 능력자를 채용하겠는가. 바보 같은 질문이다. 가방끈 짧다고 걱정할 것 없다. 가방끈 위에 실력(實力) 있기 때문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