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무리하게 밭 일을 했던 탓에 온몸이 뻑적지근했다. 평상시 사용하지 않은 근육을 사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듯 근육통이 생겨서 오늘은 집 밖에 나가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오전에는 책 읽고 아파트 헬스장에서 운동하며 그럭저럭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점심 후 시간이 지날수록 무료해지기 시작했다. 더불어 어제 미처 심지 않고 밭 한쪽에 놓아둔 고구마 모종이 눈에 아른 거렸다.
조용히 집에서 책 읽으면 하루를 보내겠다는 다짐을 깨고 오후 늦게 아내와 밭에 왔다. 밭에 도착하니 햇살은 따사로웠지만 바람이 불어 덥지 않아 밭일하기에 딱 좋았다.
모자를 뒤집어쓰고 어제 심다만 고구마 모종을 심은 다음 밭 주변을 정리하고 막 떠나려는데 갑자기 채사장님의 사모님이 나타나서 20개의 땅콩 모종을 주었다. 엉겁결에 받은 땅콩 모종까지 심으니 저녁 7시가 되어버렸다. 계획에 없던 밭일을 어렵사리 끝마치고 7시 30분경 집에 돌아왔다..
채사장님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우리 밭 앞에 전원주택에 사는 70대 후반의 농부 겸 사업가다. 채사장님의 나이는 정확히 모른다. 채사장님은 자택 주변 토지를 개발하여 분양하고 있다.
우리도 6년 전, 2018년에 채사장님으로부터 이 밭을 샀다. 그 이후 채사장님과 이웃으로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다. 오늘처럼 채사장님은 초보 농부인 우리에게 밭 일에 도움을 주시고 있다.
채사장님의 농기계도 밀려 쓰고 채사장님 집 마당에 있는 수돗물도 이용한다. 특히 우리는 채사장님의 집 마당에 차를 주차하고 밭일을 한다. 마치 내 집인 양 주인허락 없이 채사장님의 집을 들락거린다. 대문이 없어서 가능한 일이다. 급하게 밭일에 문제가 있으면 채사장님에게 도움을 청한다.
채사장님은 젊어서 사업을 하셨는데 언제부터인가 이곳 토지를 매입하고 개발하여 그 수익으로 생활을 하시는 분이시다.
채사장님을 시골에 사는 허름한 차림의 농부라고 무시했다간 큰코다친다. 채사장님은 이 지역에서 알아주는 부자다. 널찍한 집 마당 주차장에 채사장님의 검은색 벤츠가 주차되어 있다.
채사장님에게는 밭농사는 덤이다. 시골에 사시는 나이 든 어르신처럼 채사장님 부부도 아마 무료해서 소일거리로 밭일을 하시는 것이다.
가끔 우리는 채사장님 부부와 대화를 나누곤 한다. 문제는 한 번 대화를 시작하면 이야기 시간이 길어진다. 밭일할 시간이 줄어들어 속이 탈 때도 있다. 나이 들어 대화 상대가 제한적이어서 외로우신가 봅니다. 우리를 만나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모양이었다.
채사장님 부부는 정이 많으신 분이시다. 오늘 땅콩 모종을 주는 것처럼 이것저것 챙겨 주신다. 저 번에도 나 혼자서 일하는데 내가 안쓰럽게 보였는지 봉봉 음료수를 주고 가셨다. 우리도 매번은 아니지만 과일을 사다 드린다.
돈이 많으신 채사장님이지만 수더분하고 인자한 분이시다. 사모님도 마찬가지다. 좋은 이웃을 두어 우리에게 복이라 생각한다. 이웃사촌이 따로 없다.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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