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6시, 대추나무 밭에 왔다. 밭에 100여 그루의 대추나무가 있다. 대추나무만 있는 게 아닌다. 대추나무를 에워싸고 있는 쑥대와 풀도 있다. 대추나무 옆에 구덩이를 파고 우박 퇴비를 주었는데 그 주변으로 쑥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오늘은 예초작업하는 날이다. 쑥대와 이름 모를 풀들은 예초기 칼날이 스치자 땅에 힘없이 쓰러진다. 흙이 있는 곳에 풀이 있다. 흙만 있다면 바위틈에도 보도블록 사이에도 풀은 자란다. 지구상에 바퀴벌레만큼이나 생명력이 강한 게 풀이다. 두 생명체의 생존력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1시간 30분가량 예초작업을 마치고 내일을 기약하면 대추밭을 떠났다. 대추 농사를 시작한 지 벌써 8년째다. 2017년 봄, 키 작은 가느다란 묘목을 심었다.
그 이후 매년 예초작업을 했다. 1년에 적어도 3번은 풀을 깎아 줘야 한다. 힘이 들어도 괜찮다. 내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내 취미라고 여긴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내가 처음으로 구입한 땅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애정이 있다는 뜻이다. 무엇이든 첫 경험이 더 인상에 남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게 인간본성이 아닐까. 첫사랑처럼.
대추나무 밭에 오면 기분이 좋다. 비록 육체적으로 힘이 부칠 때도 있지만 불만은 눈곱만큼도 없다. 달리 취미도 없기에 휴일에 이곳에 와서 대추나무 관리하는 게 취미라면 취미다.
취미가 별 건가, 하면 좋고 즐겁고 상쾌하면 그게 취미가 아닐까. 나는 이곳이 좋다. 이곳에 오면 기분이 좋다. 대추나무밭을 보는 게 즐겁다.
가끔 힘이 들 때, 심난할 때 이곳에 와서 대추밭을 보고 가기도 한다. 그러면 기분전환이 된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다. 생활에 활력이 된다. 이런 것 하나쯤은 갖고 있으면 세상 사는데 힘이 될 것이다.
외롭고 힘들 때 위로가 되고 세상에 나 혼자 딸랑 남겨졌다고 느껴질 때 위안이 되는 무형이든 유형이든 그 무엇을 하나쯤은 소유하자. 인간은 의미를 부여하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위로와 위안이 되는 그 어떤 존재에 의미를 부여하자 그리고 자신에게 자기만족의 체면을 걸자.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남 눈치 볼 필요 없다. 복잡한 세상에서 잘 살아가는 자기만의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자신에게 정신적 득이 되면 그만이다.
이 대추밭은 내 땅이고 특히 처음 장만한 토지라서 나에게 소중하다. 그래서 대추밭은 나에게 가치 있고 정신적 에너지를 주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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