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30분, 어둠이 짙다. 고요한 가운데 거실 창문을 통해 호수로 흘려가는 물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어둠 속에서 듬성듬성 이동하는 차량 불빛과 점별등이 강렬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둠이 서서히 걷히기 시작한다. 더 시간이 지나자, 드디어 어둠이 물려나고 해가 떠오르기 작전 빛이 먼저 모습을 드러낸다.
그 연한 빛이 아파트 거실로 들어와서 가지런히 꽃아 진 책들, 책장 옆 있는 소피아고무나무와 철재로 만든 노란 피노키오 인형, 핸드폰 충전기 옆에 놓여 있는 아내의 싸구려 검정 핸드백 그리고 푸른 베이지색 소파 등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 아파트로 이사 온 지 벌써 3년이 되어가고 있다. 입주 당시에는 2년 살기로 계획했는데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집값 하락 때문에 이사 갈 곳이 마땅치 않아 1년을 더 연장하여 살게 되었다.
이곳으로 이사 오면서 가져온 다원형 소파, 고풍스러운 원탁 테이블, 책장과 식탁, 화분 등 물건들이 3년 동안 위치변화 없이 그대로 거실에 놓여 있다. 이렇다 보니 이사할 때 느꼈던 색다른 거실 분위기는 더 이상 느낄 수 없다. 익숙한 탓에 감흥도 없고 좋아 보이지도 않는다.
편화가 없어서 좋은 점도 있다. 익숙한 환경은 안정감과 편안함을 준다. 하지만 변화가 필요하다. 100년도 못 사는 생이다. 다양하고 색다른 환경에서 사는 것이 지루한 생활보다 낫다. 그래서 아내는 전원주택 생활을 꿈꾸고 있다. 나 역시 아내의 거주 아이디어에 적극 공감하고 있다. 변화를 원하기 때문이다.
한 곳에 오래 머무는 것은 지루하고 재미없다. 당장은 전원주택 생활을 못할지라도 내년 2월이면 이곳을 떠나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간다. 벌써부터 2월이 기다려진다. 이렇듯 변화는 생활의 활력소 역할을 한다. 변화가 없는 삶을 상상만 해도 답답하지 않은가. 생활에 변화를 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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