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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

믿음 소망 사랑

by kddhis 2023. 10. 20.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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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일이다. 군사정권에 맞서 대학생들이 길거리에서 시위하던 1985년 어느 날, 아버님은 1백만원을 가지고 도시로 나와 연탄가게를 하셨다. 30만원으로 연탄 창고가 붙어 있는 단칸방 임대료를 주고 나머지 70만원으로 연탄 가게 운용자금과 생활비로 쓰셨다.

 

 

연탄가게 운용자금이 부족해 당일 연탄을 공장에서 가져와  2일이나 3일 안에 연탄을 판 돈으로 연탄공장에 다시 주문 넣고 남은 돈으로 먹고 살았다. 다시 말해 그날그날 벌어 먹고사는 가난한 일일노동자 가정이나 다름없었다.

 

 

어머님 기억에 따르면 그때 트럭 한 차 분량이 연탄 1,400장이었는데 가격은 14만원이었다고 말씀해 주셨다. 연탄 한 장에 100원(어머님이 팔순이 넘으셔서 기억이 정확한지는 장담 못한다.). 겨울철 연탄이 잘 팔릴 때 운영자금이 부족해서 이웃집에서 돈을 빌려 연탄공장에 더 연탄을 가져와  하루 만에 연탄을 팔아 빌린 돈을 갚으셨다.  "너희 아버지. 고생 퍽했다."  어머님은 힘들었던 과거 회상할 때면 가끔 내 뱄는 말씀이시다. 

 

 

재래시장에 연탄을 배달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 낮에는 시장에 손님으로 붐벼 새벽에 배달을 했었다. 재래시장 매장이 아주 작다. 그 작은 매장 한 구퉁이에 연탄을 쌓아야 했다. 집중해서 연탄을 쌓지 않으면 연탄이 무너져 깨지면 손해가 나기 때문에 신경을 엄청 써야 했다. 60원(순수익) 벌려다 100원(연탄 한 장 값)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시장에서 신발 가게를 하시던 작은 아버님이 손님을 소개를 해 주셔서 추운 겨울에 검정 흙 배달을 참 많이 했다.  

 

 

연탄 주문이 들어오면 아버님과 나, 동생 등 우리는 비좁은 달동네를 오르내리며 연탄을 배달했다. 햇빛에 비친 뿌연 먼지로 가득한 직사각형 연탄창고와 함께 비누로 여러 번 씻어도 좀처럼 씻어지지 않는 연탄재 묻은 손과 얼굴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 당시 나와 동생들은 초중고생으로 정서적으로 힘들었던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연탄가게 때문에 가끔은 창피한 기분도 들었다. 연탄재 묻는 나 자신을 보며 그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나는 그 생활이 싫었다.

 

 

하지만 우리보다 힘든 사람이 있었다. 바로 아버님이시다. 아버님은 30대 중반에 허리를 다치셔서 걷지를 못하셨다. 어머님에 따르면 아버님은 아픈 허리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시고 1년 넘게 들어 누워 계셨다고 한다. 약한 허리 때문에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피했어야 했는데 농사일을 하셔서 일찍 허리가 굽으셨다. 그런 몸으로 연탄을 배달하셨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땐 아버님의 사정을 몰랐다. 철이 없었던 것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아버님, 어머님은 여름철에는 시골에서 농사일을 하셨고 추수가 끝나는 가을이 넘어가는 시기부터 이듬해 이른 여름까지 연탄을 배달하셨다. 물론 사이사이 시골과 연탄가게를 오가시며 일을 하셨다. 이런 생활을 3년을 하셨다고 나중에 어머님이 말씀해 주셨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연탄가게를 접으셨다. 아버님은 할머니 없는 시골에 할아버지를 혼자 둘 수 없어 고향으로 다시 들어가셨다.

 

 

아버지는 힘든 일을 하면 안 되는 몸으로 소 키우며 밭농사, 논농사 다 했다. 늦은 나이에 도회지 나가 등짝에 연탄 짊어지고 빗탈진 언덕을 하루에도 수십 번 오가는 고된 일을 했다. 그뿐 아니다. 딸기 비닐하우스를 30년 넘게 하셨다.  그러다 보니 아픈 허리가 더 굽으셨고 허리가 일찍 누워버렸다(허리가 꼿꼿이 펴지 못하고 90도로 꺾이셨다는 어머님의 표현).  

 

 

가족 먹여 살리려고 모질게 사셨다. 가진 것도 배운 것도 없었기에 몸뚱이 하나로 버티셨다. 술 담배 안 하시고 취미는 말할 것 없고 좋아하는 잡기 하나 없었다. 오직 부모 봉양과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평생을 힘들게 사셨다. 다친 허리, 약한 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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