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가을에 취한 남자

믿음 소망 사랑

by kddhis 2023. 10. 24. 13:56

본문

728x90
반응형

눈부신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파란색 위에 군데군데 조금씩 모양을 바꾸며 떠 있는 솜뭉치 흰 구름이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흰 구름 밑 산은 여전히 푸르지만  공원에 심어진 나무와 가로수는 달랐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녹색이었던 나무 이파리가 이제는 개성을 뽐내기라도 한 듯 각자의 색깔을 보여주는 가을나무로 변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이 가을을 그냥 스쳐 보내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후에 짬을 내 가을만나려 갈 계획입니다. 잠깐이라도 가을 정취를 즐기고 싶은 게 솔직한 저의 심정입니.

 

 

여러 색깔이 덧씌워진 올 가을은 영영 다시 오지 않기에 그와 만남이 더 간절한가 봅니다. 가을은 아쉬울 게 없지만 저는 마음은 조급했습니다. 그래서 오후 반나절 휴가를 낼 작정입니다.

 

 

그렇다고 가을을 보려고 먼 곳까지 갈 계획은 없습니다. 집 가까운 공원과 호수에 들려볼까 합니다. 맑은 가을을 실컷 마시고 돌아오겠습니다. 날씨가 받쳐 줘야 할 텐데 걱정을 하면서 직장에 양해를 구하고 사무실을 나섰습니다.

 

 

걱정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잿빛입니다. 어제와 다른 하늘입니다. 파란 하늘도 솜사탕 흰구름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쉬워하며 버스정류장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버스도착 시간에 맞추어 출발하지 않았는데도 버스정류장에 도착한 지 2분 만에 기다리던 버스가 왔습니다. 평일 낮 시간대라 그런지 버스 손님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 덕에 예상했던 것보다 집에 빨리 올 수 있었습니다. 

 

 

버스 승강장에 300미터쯤 걸어가면 우리 아파트 단지가 나옵니다. 여전히 구름 낀 날씨였습니다. 아파트 어린이 놀이터  빨간 단풍나무 옆을 지나 집으로 들어가면서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구름이 걷힐 것 같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쉽게도 계획이 틀어졌습니다. 흐린 날씨 때문에 맑은 가을 풍경을 만끽할 수 없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항상 계획은 계획대로 굴러가지는 않습니다. 상황은 변화고 변한 상황에 맞추어 계획을 수정해야 합니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집입니다. 어제 썼던 글을 수정하고 낮잠으로 틀어진 가을여행을 달래기로 했습니다. 오후에 못 만나 선명한 가을 하늘을 내일 만나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맘껏 가을을 보지 못했지만 어제 본 가을이 아직 마음속에 남아 있어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 푸르고 화창한 하늘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내일 파란 가을 하늘을 기대해 봅니다. 

반응형

'믿음 소망 사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용실 가는 날  (0) 2023.10.29
내가 믿는 것  (1) 2023.10.26
거인의 말을 새겨들어라  (0) 2023.10.23
비수  (0) 2023.10.22
바람 소리  (0) 2023.10.21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