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책을 고르는 방법으로 책 소개 유튜브 영상을 활용한다. 그렇다 보니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고맙게도 내 유튜브에 책 관련 동영상을 최상단에 띄워 준다. 10월 어느 날, 어느 유튜버를 통해 소설가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 책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내 낚시 바늘에 걸린 것이다. 이 책은 월척이었다.
이 유튜버는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강원국의 <나는 말하듯이 쓴다> 그리고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 세 권의 책은 누구나 아는 글쓰기 책이라고 말하면서 또 다른 책 3권을 소개하는 동영상이었다.
나는 이미 유시민, 강원국 작가의 책은 읽었는데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은 처음 접했다. 또한 스티븐 킹이 베스트셀러 소설가이며 그의 작품이 영화나 TV드라마로 만들어져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캐리>, <샤이닝>, <미저리>, <죽음의 지대>, <자루 속의 뼈>, <미래의 묵시록> 등 그가 쓴 수많은 작품들이 베스트셀러 소설인지 몰랐다. 주인공이 땅굴을 파 감옥을 탈출하는 영화 <쇼생크의 탈출>이 스티븐 킹의 소설이라는 것도 이번에 알았다.
글쓰기에 관심이 많아서 집에 글쓰기 관련 책이 제법 있는데 이 책 <유혹하는 글쓰기>는 다른 글쓰기 책과 사뭇 달렸다. 스티븐 킹은 초등학교 때부터 소설을 써온 작가로서 소설은 물론이고 글을 잘 쓰는 방법도 아는 소설가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 이유는 <유혹하는 글쓰기>를 읽어보면 이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스티븐이 글쓰기 관련 책을 써보려고 궁리하던 시기에 '에이미'라는 소설가에게 독자와의 만나에서 질의응답 시간에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질문이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에이미'는 매우 신중하게 생각해 보더니 이렇게 답했다. "문장에 대해서는 아무도 안 묻더군요" 스티븐은 '에이미'의 말이 옳았다며 <유혹하는 글쓰기>는 문장에 대한 책이라고 말했다.
여기에서 나는 문장을 만드는 방법이 곧 글쓰기 방법이라 생각했다. 다시 말해 문장을 잘 쓴다는 것은 글을 잘 쓴다는 뜻과 같다. 뒤집어 생각해도 이 말은 옳다. 글을 잘 쓰는 것은 문장을 잘 쓰는 것이다.
따라서 스티븐 킹은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글쓰기 방법에 대해 바로 알려주지 않았다. 대신 먼저 자신의 과거 이야기(이력서)를 들려주면서 문장을 어떻게 쓰는 지를 보여 주고 있었다. 하지만 스티븐 킹은 자기 이야기에서 직설적으로 문장을 이렇게 쓰라고 말하지 않았다.
단지, 자신의 과거 이야기에서 훌륭한 예시 문장을 많이 보여 주고 있었다. 여기에 독자가 읽고 익히기에 좋은 문장들이다. 책 중간에 가서야 창작론 등 글쓰기에 대해 알려 주었지만 마지막 챕터(인생론)에서도 교통사고 당한 상황과 치료 과정을 파노라마처럼 들려주는 이야기에서도 좋은 문장들이 무수히 많다.
글쓰기 방법을 알고 있다고 글을 잘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스티븐 킹은 글쓰기를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며 가장 귀중한 교훈들은 스스로 찾아 익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좋은 예시 문장들을 책 앞뒤에 소개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들 문장에서 그가 말하는 화석을 캐는 연장의 사용법, 즉 글 쓰는 방법을 스스로 익히라고 예시 문장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그의 말처럼 문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공포, 판타지, 공상과학 소설을 쓰고 있거나 쓸 예정인 작가들은 반드시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혹하는 글쓰기> 뿐만 아니라 그의 소설책을 읽어 그의 글쓰기 마법을 따라 해 본 다음에 자신만의 문체로 발전시켜 나간다면 소설을 쓰는데 유익할 것이란 나는 믿는다.
그의 글은 간결하고 이해하기 쉽고 살아있는 글이다. 묘사의 달인처럼 현장을 독자 눈앞에 갖다 놓은 마법을 부리는 듯하다.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이런 쉬운 낱말로 현상, 사실, 장면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감탄을 여려 번 했다. 책에 밑줄 긋고 메모장에 옮겨 써보고 다시 읽어 보기를 반복했다. 소리 내어 읽기도 했다. 스티븐은 쉬운 어휘로 솔직하게 문장을 잘 만들었다.
스티븐은 책에서 여러 번 솔직하게 글을 쓰라고 강조했듯이 그는 솔직하게 글을 쓰고 있었다. 어떨 땐 확고하게 자기주장을 하고 어떨 때는 이것일 수도 있고 저거 일수도 있다는 식으로 표현하였다. 자신 없으면 없다고 썼다. 잘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썼고 기억이 안 나는 것은 기억 없다고 기억이 가물하다고 솔직하게 썼다. 그의 말처럼 스티븐 킹은 신선한 이미지에 쉬운 낱말로 솔직하게 문장을 만들고 있었다. 이것이 그가 글을 잘 쓰는 비법이라 하겠다.
스티븐 킹은 글을 잘 쓰려면 많이 읽고 많이 써야 한다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자신이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유명 작가 소설이든 허접한 소설이든 많은 책을 읽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허접한 소설책 일지라도 도움이 되었다고 책에서 말하고 있다.
3류 소설을 읽어서 손해 보는 일은 없다. 하지만 가능하면 글 쓰는데 도움이 되는 책을 읽어야 하지 않겠는가. 독서하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현명한 사람은 좋은 책을 골라 읽는다.
스티븐 킹처럼 판타지, 공포, 공상과학 소설을 쓰고 싶은 작가라면 그의 소설책을 꼭 읽어 보아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만약 이 책을 알고도 읽지 않은 소설가(예비 소설가)가 있다면 그 사람은 게으른 작가이거나 독서 안 해도 글 잘 쓰는 천재이거나 이것도 아니면 현재 수준급 소설을 쓰는 작가일 것이다. 이도저도 아닌 사람은 작가도 작가 지망생도 아닌 글쓰기 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단정 짓을 수 있다.
끝으로 신선하면서도 쉬운 말로 쓴 솔직한 문장이 너무 좋아 소개해 드립니다.
< 아내가 콜라를 갖다 주었는데 시원하고 달콤하고 기막히게 맛있었다. >
< 아이가 다섯인 데다가 곧 하나가 더 태어나게 되었으니 내 다림질 판은 쉴 사이가 없다. >
< 교장 선생님은 책을 말아 쥐고 마치 양탄자에 오줌을 싼 개를 신문지 몽둥이로 위협하듯 나를 향해 휘둘려 대고 있었다. >
< 나는 마치 시냇물 속에 비뚤비뚤 놓여 있는 미끄러운 돌을 밟으며 걸어가는 힘없는 노인처럼 낱말 하나하나를 어렵사리 써 내려가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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