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첫 눈

믿음 소망 사랑

by kddhis 2023. 11. 18. 17:25

본문

728x90
반응형

잔뜩 찌부린 날씨,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만 같았다. 구름에 가린 하늘을 보며 구내식당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별도 구내식당이 없어  인근 정부연구소 구내식당을 이용한다. 점심값이 싸다.  5,500원이다.)

 

 

각자 식판을 앞에 두고 숟가락과 젓가락으로 음식을 입에 넣고 있는데  "와아--."  소리가 들렸다. 첫눈이 내리는 것을 보고 젊은 친구들이 지르는 짤막한 함성이다. 실눈을 뜨고 자세히 봐야 볼 수 있는 눈이 바람에 휘발리고 있었다. 첫눈이다.

 

 

마저 밥을 다 먹고 식당을 나서는데 눈이 내리다가 머리에 떨어질 때쯤 빗물로 변해 버렸다. 진눈깨비다. 사무실이 식당에서 4백 미터 거리에 있다. 비를 맞으며 뛰다시피 걸었다. 끝내 뛰어갔다. 

 

 

비 맞은 머리는 흩트려져 불성 사납게 되었다. 비에 젖은 옷을 떨며 사무실로 들어갔다. 하지만 머리숱 적은 내 머리는 원상회복이 되지 않았다. 갑자기 돌변한 날씨에 당했다.

 

 

첫눈이 올 때는 소원을 빌어라고 말한 아내가 떠올랐다. 가족이 건강하고 두 아들 하는 일이 잘 되라고 마음속으로 소원을 말했다. 우리 집은 첫째도 둘째도 그다음도 아들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진눈깨비로 변해 내 머리스타일을 망가뜨린 첫눈이 밉다. 하지만 올해 첫눈이 내 소원을 들어주리라 믿는다. 첫 번째로 내린 눈이 중요하다. 내일 함박눈이 내리더라도 오늘 만큼은 감흥이 떨어질 것이다. 올겨울 내내 지겹도록 볼 흰 눈일 테니까.

 

 

제일 중요한 것은 첫눈을 보며 소원을 비는 것이다. 이것을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비록 미신이지라고 밑져야 본전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인생은 타이밍이다. 그때를 놓치면 영영 기회는 오지 않는다. 지난주 목요일, 주식개장이 막 시작한 9시, 눈여겨보고 있던 종목 주가가 6%나 떨어지고 있어 매수 선택을 하려는 순간 직원이 말을 걸어왔다. 몇 마디 대화하는 사이 주가는 반등해 버렸다. 매수 기회를 놓친 것이다.

 

 

이렇듯 주식 매매든 공부든 다  최적의 때가 있듯이 소원을 비는 타이밍도 놓치면 아무 소용없다.

반응형

'믿음 소망 사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은 없다.  (1) 2023.11.21
고물이 된 압력 밥솥  (0) 2023.11.19
악몽  (0) 2023.11.16
가을 남자  (1) 2023.11.15
월척을 낚는 방법  (2) 2023.11.13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