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2월 25일 예수가 탄생한 성탄절이다. 이른 아침, 눈으로 덮인 아파트단지는 쥐 죽은 듯 고요한 화이트 크리스마트다.
우리 가정은 종교가 없다. 그래서 성탄절도 석가탄신일도 교회나 절에 가지 않고 집에서 편히 쉰다. 우리 가족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좀처럼 외출을 하지 않고 그냥 집에 머문다. 그래도 예수님이 태어난 성탄절인데 어디 가지 않고 집에서 삼시 세끼를 먹은 다는 것은 어쩐지 거북했다.
그래서 나는 외식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내도 역시 반겼다. 아내는 바로 식당에 예약하고 청소기를 돌렸다. 며칠 만에 하는 방 청소다. 아내가 감기에 걸려서 집에 들어오면 바로 침대와 한 몸이 되는 생활을 10일 넘게 했다. 그 바람에 방 청소를 장기간 하지 않아 집안이 좀 지저분 해져 보였다.
내가 청소를 해도 되는데 책 읽고 운동하고 재활용 분리수거, 설거지 등 이것저것 하다 보니 청소할 시간이 없었다.(핑계일 수도 있다.) 그래도 아내는 짜증 한 번 내지 않았다. 그런 아내가 고마울 따름이다.
휴일인데도 식당에는 손님들로 분볐다. 자리를 잡고 미리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아내의 등을 어루만지며 아내에게 말했다.
"우리 집 기둥, 아프면 안 돼요."
당연한 말을 해서일까. 아내는 내 말에 묵묵부답이다.
아내는 가계수입의 50퍼센트를 책임지면서 가정 살림을 도맡다 해왔다. 아이 돌봄도 대부분 아내 몫이었다. 이제 시간은 흘려 아이들은 성인이 되었다. 첫째는 직장인이고 둘째는 대학 졸업생이다. 우리 부부가 결혼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세윌이 빠르게 흘러갔다.
앞으로 몇 년이 더 지나면 아이들은 각자 자신의 가정을 꾸릴 것이다. 그러면 아내와 나 둘만 남는다. 아내는 아이들이 독립하기 전에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잘해주려고 애쓴다. 모성애가 차고 넘친다. 아이들과 같이 지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떠나고 둘만 남으면 집안이 적적할 것이다. 하지만 아내와 나는 조용한 분위기를 좋아하기에 그나마 다행이다. 성탄절 저녁, 캐럴송 가사처럼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다. 나는 이처럼 조용한 시간을 즐기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 밤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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