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 안개가 자욱했다. 차창 너머 몇 미터 앞도 보이지 않았다. 아직 해뜨기 전이라서 도로 주변이 캄캄했다. 짙은 안개와 함께 빙판길은 교통사고가 나기 딱 좋은 기후조건이었다. 사무실 가는 길에 여러 네거리를 통과해야 하는데 어디까지 왔는지 도통 분간이 안 됐다.
속도를 줄이고 좌우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운전대를 좌우측으로 돌리며 엉금엉금 조심조심 천천히 앞 옆을 살피며 사무실에 무사히 도착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내가 제일 먼저 출근했다. 나는 사무실 출입문 앞 바닥에 배달된 신문지를 집어 들고 사무실로 들어와 불을 밝힌 첫 출근자였다.
그런데 새해 우리 부서로 오신 남자 팀장께서 나보다 먼저 출근하기 때문에 이제는 내가 사무실 불을 켜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아직 그 팀장님은 신문까지는 챙기지 않고 있다. 하기가 싫은 걸까. 아니며 모르는 걸까. 만약 그 팀장이 출입문 앞 바닥에 놓은 신문을 사무실로 갖고 들어와 준다면 감동할 것 같다. 과연 그런 일이 일어날까. 두고 볼 일이다.
30년 넘게 직장 생활하는 동안 20.30대에는 사무실에 일찍 출근하지 못했다. 남들처럼 아이들 챙겨야 해서 아침에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그러다가 나중에 아이들이 크면서 일찍 출근하기 시작했다.
6년 전 일이 불현듯 생각난다. 그때도 내가 제일 먼저 사무실에 출근했다. 나는 그 당시 부서에서 실무업무를 총괄했다. 지금처럼 배달된 신문을 챙겨 일찍 사무실로 들어왔다. 당시 부서에서 실무자 중에서 내가 제일 나이가 많았다.
부서장은 내가 일찍 출근해서 신문을 챙기는 걸 알고서 못마땅하게 생각하셨다. 그 부서장이 어떤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부서장은 나이 많은 내가 신문 챙길 군번(?)이 아니라며 젊은 직원이 신문 배달 등 단순한 일을 했으면 하는 말투로 직원들에게 훈계하셨다. 하지만 직원들에게 변화는 없었다. 부서장의 훈계는 허공의 메아리로 끝났다.
그 이후에도 나는 사무실에 일찍 출근하고 있다. 습관이다. 사무실에 일찍 오면 이로운 점이 많다. 혼잡한 출근 시간대를 피할 수 있어 출근시간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주차 문제도 해결된다. 늦게 출근하면 주차할 공간이 없다. 한마디로 주차전쟁을 피할 수 있다.
특히 이로운 점으로 아무도 없는 조용한 사무실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미리 업무를 챙긴다든지, 업무를 남보다 먼저 시작할 수도 있다. 하다못해 뉴스를 검색하고 정보를 볼 수 있는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다.
분침이 아홉 시에 가까워질 무렵, 허겁지겁 사무실로 들어오는 직장인은 이런 여유를 가질 수 없다. 또한 경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일찍 출근자는 남다른 사람이라 할 수 있다. 남다른 사람이 경쟁에서 승자가 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덧붙여서, 나의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글을 쓴 이후 옆에 있던 팀장이 "차량 30여대 추돌사고" 기사가 포털사이트에 떴다고 알려 주었다. https://www.mbn.co.kr/news/society/4991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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