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보름이 지났다. 세월에 엔진을 단 것처럼 시간이 빠르게 흘려가고 있다. 이러다가 2024년도 금방 지나갈 것 같다.
우리 집 둘째 아들이 벌써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다. 제대 후 4학년에 복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졸업이라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
나는 가끔 아내에게 이렇게 말한다.
" 우리가 결혼한 지 벌써 30년이 넘었어요. 시간 참 빨리 갔지요?"
그러나 아내는 나의 말을 덤덤하게 되받아친다.
"지나고 나니까 시간이 빨리 간 것처럼 느꼈지는 거예요."
아내는 직장 다니면서 아이들을 키우느라 힘들어서 그런지 아이들이 얼른 컸으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 했었다. 아내는 나처럼 시간 가는 것에 미련이 없을 뿐만 아니라 힘든 시간이 지나가서 속이 후련하다는 마음이다. 그래서 아내는 지금이 좋다고 말한다.
이처럼 우리 부부는 세월의 속도에 대해 다르게 느끼고 있다. 나는 지나간 시간을 아쉬워하지만 아내는 과거가 힘들었는지 그 세월이 느리게 흘려갔다고 여기고 있었다.
오늘 아침 차 안에서 또다시 아내에 이렇게 물었다.
"여보, 세월 많이 흘렸지요."
아내는 똑같이 내 말을 되받아친다.
"지나고 나니 시긴이 빨리 간 것처럼 느끼는 겁니다."
나는 시간 가는 게 아까운데 아내는 하나도 아쉬울 것 없다는 기색이다. 아내는 힘들 없던 과거를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나에게 말하곤 했다.
내가 아내에게 불운한 과거 일들을 말하면 아내는 이렇게 말한다.
"뭐 하려 좋지 않은 과거를 떠올립니까. 잊어버려요."
그래서 그런지 내가 기억하는 과거 일들을 아내는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초기 치매증상이 아닐까.
중년이라면 살아온 시간보다 살아갈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는 지금 이 순간, 행복하게 사는 게 제일이지 걱정 한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세월을 붙잡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언젠가 떠나야 할 이 세상 재미났게 살다가 떠나자. 과거에 얽매이지 말자는 아내 말에 백번 만 번 공감이 간다. 그렇다. 씁쓸한 과거를 생각하는데 어리석게 힘쓰지 말고 차라리 현재에 충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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