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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의 불편함

믿음 소망 사랑

by kddhis 2024. 1. 15.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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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일이다. “술 잘 마시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라고 말하며 은근히 술을 권하는 직장 상사가 있었다. 당연히 그 상사는 술 좋아하는 애주가였다. 나처럼 술 못하는 사람은 이런 상사 밑에서 근무하는 게 곤혹이었다. 이 상사 때문에 나는 회식 자리에서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셨고, 타의 반 자의 반으로 2.3차 술자리를 참석한 줏대 없는 어설픈 직장인이었다.

 

 

당시 조직의 단결을 위해 회식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술잔을 부딪치며 건배 잔을 마셔야 했다. 모두(남직원) 함께 술을 마시는 걸 당연시 여겼고 2차는 기본이고 3차는 눈치 컷 참여했던 시절이었다. 조직의 단합을 위한 술자리 땜에 몸 버리고 아까운 시간을 낭비했다. 누구를 원망하랴. 내 의지의 부족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는 소주 10병이나 20병을 마셨다는 둥, 아무 게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술을 마셔도 끄떡없다는 둥, 나이가 60이 넘었는데 주량이 세다는 식의 술 잘 마시는 사람을 마치 영웅 비슷한 사람으로 대하고 부러워한다.

 

 

이처럼 애주가들이 주량을 자랑하고 술을 권하는 음주 문화가 우리 사회에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다른 나라도 그런지 궁금할 뿐이다. 직장 상사가 술을 좋아하면 술자리를 일부러 마련하고 술을 직간접적으로 권한다. 이상하지 않는가?  만일 상대가 자신의 자녀라면 술담배를 권하겠는가이게 정상인가?

 

 

몸에 맞지 않는 술을 억지로 마셔야 하는 비주류에게는 직장 회식 자리가 그야말로 불편할 수밖에 없다. 물론 지금이야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음주 문화가 다소 개선되어 다행이지만 그래도 술 못하는 사람에게 아직도 술이 곁들여진 회식은 부담스러울 것이다.

 

 

설사 직장에서 음주문화가 나아졌다지만, 애주가로 상사나 선배를 둔 비주류 직장인에게 회식 자리는 여전히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자리다. 술 못한다고 단체 회식에 빠질 수 없고  결석도 한두 번이지.

 

 

돌이켜 보면 직장 초년생에게 선배나 상사가 권하는 술을 거절하기란 쉬운 게 아니었다. 술 권하는 상대가 하늘 같은 직장 선배이고 상사였기에 억지로 마실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나 때는 그랬다.  조직이라는 거대한 배에 탑승해야 하는 힘없는 남성 사회초년생은 상사의 술을 거절하기 어려웠다.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상사의 보이지 않은 압박에 술을 마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내가 조직에서 대선배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술자리는 불편하고 또 부담스럽다. 그래서 가능한 술자리를 피한다.

 

 

술자리에서 불편함과 지루함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나도 안다. 술을 마시고 취해 버리는 것이다. 이 얼마나 간단하고 깔끔한가.

 

 

술을 좋아하지 않을지라도 막상 한두 잔 술을 마시고 나면 누구나 그렇듯이 알딸딸 기분이 좋고 세상에 두려울 게 없다. 뇌가 술에 마비되고 정복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술에 취해 말 많은 사람과 함께 있는 게 불편하고 지루할지라도 건배 잔을 받는 것 빼고는 나는 절대로 술을 마시지 않는다.

 

 

내가 술자리의 불편함을 참아내는 지를 신이 실험하는 거라고 나는 믿는다. 지금까지 수년간 이 테스트를 통과했다. 나는 절대로 이 테스트만은 양보할 수 없다. 왜냐고? 음주 절제는 인생에서 충분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금주(禁酒) 이득은 누구나 다 알기에 구태여 여기서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거 아세요?  그 이득이 생각보다 크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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