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아내와 다음 달에 이사 갈 아파트를 청소했다. 나는 베란다 물청소와 방, 거실, 주방 등 바닥의 먼지를 낚아냈고 아내는 화장실을 청소했다.
아내는 지난주에 청소한 화장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지 오늘은 식초와 치약을 이용하여 찌든 때를 벗겨냈다.
2시간가량 음악을 틀어놓고 청소를 한 다음 햇빛이 들어오는 거실에 담요를 깔아놓고 집에서 가져온 떡, 오렌지, 생밤 등을 먹으며 아직 앙상한 나무와 회색 잔디로 덮여 있는 공원을 바라보며 지난 이야기를 나누었다.
3년 전의 일이다. 지금 청소하고 있는 이 아파트(A)에서 살면서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B)로 이사하기 위해 B 아파트 입주 청소를 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년이 흘렸다.
우리는 A 아파트를 우연히 샀다.
B 아파트를 매수할 때 처음에(가계약) 부동산중개소 사장님은 세입자를 내보낼 것처럼 말했는데 본계약을 체결할 때에 사장님은 세입자를 내보내기가 곤란하다고 말을 바꾸었다.
졸지에 매수한 B아파트에 입주할 수 없게 된 우리는 전셋집을 찾아야 했다. 전월세를 알아보는 중에 전세금에 대출을 받아 아파트 한 채를 더 사야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꽁꽁 얼어붙어 거래가 안 되는 부동산 시장에 2019년 가을부터 아파트 매매가 이루어지기 시작해서 우리는 기존 아파트를 팔고 B 아파트를 구입했는데 앞으로 집값이 올라갈 거라는 감이 들어서 또 하나의 아파트를 구입하기로 마음먹었다.
우리는 공원 조망권이 있는 A아파트를 매물로 찾았는데 집주인은 아파트 가격을 한 푼도 깎아 주지 않았다. 그만큼 당시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아내는 100,000원도 안 깎아 주는 인색한 매도인의 태도에 성질이 났는지 매수를 망설였지만 나는 적극적으로 매도인이 원하는 매매가격으로 계약을 진행했고 결과적으로 A아파트를 매수했다.
그런데 아파트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잔금을 치르기 전에 집값이 폭등하기 시작했다. 이에 정부는 부랴부랴 2019.12.16. 정부합동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이라기보다는 대출 묶고 다주택자 양도세 등 세금을 왕창 올리는 부동산 규제 대책이었다.
2019년 12월 초,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갑자기 집값 폭등이 일어났고 이에 질세라 정부는 부동산 규제 대책을 내놓는 바람에 나는 12월 한 달 동안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했다.
그 기간에 아내는 태평하게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나버렸고 혼자 남은 나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발표 때문에 잔금 납입이 걱정되어 안절부절 어찌할 줄 모르는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다행히 2020년 2021년 계속해서 집값이 올라갔고 우리는 무사히 아파트 대출을 받아 아파트 잔금을 치르고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그런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던 집값은 2022년 어느 날부터 떨어지기 시작하더만 연준과 한국은행이 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는 바람에 부동산 가격이 떨어져 2024년 3월 현재까지 집값이 맥을 못 추고 있다.
매수한 지 4년이 지난 지금, 엉겹결에 매수한 이 아파트에 다시 이사 오게 되었다. 이 아파트는 우리 부부의 부동산 투자의 역사를 보여준 아파트다. 정남향에 공원이 정면으로 보이는 아파트이기에 매도인이 부른 가격에서 한 품도 깎지 않고 산 아파트다.
지금은 2018년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다. 집 값도 떨어졌고 거래도 잘 되지 않는다.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고사성어처럼 세상은 반복되지 않을까. 3년째 집값이 떨어졌으니 이제 올라갈 일만 남은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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