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게 소진되었다. 글감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보고 흔들어 보지만 글감이 나오지 않는다. 혹시 주변에 있나 싶어 상가 간판들을 뚫어져라 쳐다보지만 눈만 아프다. 노트에 숨어있나 쭉 욱 훌터보지만 여기에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 과거에 있겠구나 싶어 추억을 떠올려 보지만 돌아가신 아버님만 떠오른다. 아버님은 많은 글감을 주셨기에 더 이상 줄게 없다고 손사래를 치신다. 아버님은 나를 본체만체하며 시야에서 사라진다. 아버님 없는 그 자리엔 바람 한 점 없는 허무만 있을 뿐이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오후를 지나 빠르게 저녁으로 향한다. 여차여차 잡생각에 글감 찾는 걸 깜빡한 사이 밖은 어둠 컴컴해져 앞이 보이지 않는다. 마음이 급해졌다. 책상에 바로 앉아 볼펜을 잡고 노트를 끌쩍이며 글감을 찾으려고 용을 쓰지만 말짱 도루묵이다. 글감은 오지 않고 부질없는 문장만 나열하고 있다.
집 나간 글감을 찾습니다. 성은 "글"이고 이름은 "감"입니다. 나이는 올해로 6살이며 2018.12.10 생입니다. 참고로 제가 글을 쓰기 시작한 날짜와 똑같습니다. 제 글감을 데리고 있으신 분은 급히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좋은 글로 영원히 보답하겠습니다. 문자도 좋고 카톡도 괜찮습니다. 연락 주시면 바로 달려가겠습니다.
글감에게 형이 있다. 형의 이름은 땔감이다. 땔감은 불을 때는 데 필요한 재료이다. 반면에 글감을 글을 쓸 때 사용한다. 형은 화력에 능하고 글감을 커뮤니케이션에 능숙하다. 언어 전달 때문에 제게 글감이 꼭 필요하다.
땔감은 대체재가 많다. 연탄, 경유, 휘발유, 전기, 풍력, 태양력, 하다못해 1회용 부탄가스로도 땔감을 대신할 수 있다. 하지만 글감은 다르다. 글감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있다면 방금 세상에 출현한 최첨단 요술방망이 인공지능 GTP, 그러나 글은 창작의 영역이라 GTP는 가짜 글을 만들 위험이 높다.
돌아와 다오 글 감아, 귀찮게 했다면 용서를 구한다. 혹시나 삐졌다면 화 풀고 돌아와라. 네가 원하는 것 다 들어줄게 약속한다. 일단 만나서 이야기하자. 당장 내가 급하다. 보고 싶구나 글 감아, 너 없이는 하루도 못 산다. 정말이다. 글감 없는 하루는 스타벅스 없는 커피시장과 같다.
제가 글감을 찾는 이유는 단 하나 창작의 기쁨때문이다.
뇌는 달리고 싶어한다. (0) | 2023.05.06 |
---|---|
행복과 두려움은 함께 할 수 없다 (0) | 2023.05.04 |
생각의 힘 (0) | 2023.05.01 |
소피아 고무나무 (1) | 2023.04.30 |
퇴직 준비합니다 (0) | 2023.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