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 심은 강낭콩에서 색 싹이 텄다. 두둑을 길게 덮은 검은 비닐 사이로 새순이 모습을 드려내고 있다. 연두색 이파리가 제법 크다. 가까이 에서 유심히 보니 듬성듬성 빈 공간도 눈에 띈다. 그곳에 강낭콩 새싹은 보이지 않고 잡풀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심은 대로 다 싹이 튼 게 아니다. 세상구경 못하고 사라진 강낭콩 종자도 있다. 10개 심었으며 그중 2.3개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잡초도 보인다. 강낭콩 주변에 잡초가 함께 자라나고 있다. 잡초는 강낭콩이 자라는데 방해꾼이다. 이 잡초를 그냥 놓아두면 골칫거리다. 나중에 일거리다. 더 자라기 전에 없애야 한다. 가랑비가 계속 내려 밭에 오래 머물를 수 없었다. 잡초를 뽑고 서둘러 밭을 나가려는데 장화에 흙이 착 달라붙어 장화를 흔들어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3일 연속 내린 비로 밭이 질퍽한 탓이다. 여차여차 물로 대충 씻고 빠져나왔다.
주말 농장을 한지 올해가 6년째이다. 그동안 참외, 수박, 땅콩, 토마토 등을 심어 봤지만 재배하기 제일 편하게 옥수수와 강낭콩임을 알았다. 그래서 올해는 강낭콩 위주로 심었다. 생업으로 농사짓는 것도 아니다. 또 시간도 넉넉하지 않다. 그렇다고 밭을 방치할 수 없다. 처음에 재미로 시작했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의무감으로 밭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점점 재배 면적을 줄이고 있다.
제대로 농작물을 기르려면 자주 보살펴야 하는데 그리 못한다. 주말에만 시간이 난다. 정성을 들이는데 한계가 있다. 농작물도 관심과 정성으로 기려야 잘 자라는 법이다. 화분에 심어진 꽃에게 노래를 들려주고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면 꽃이 잘 자란다. 반면 욕설, 험담 등을 듣은 꽃은 시든다. 식물도 동물과 마찬가지로 살아있는 생명체이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들에게도 관심과 정성, 사랑을 주어야 한다.
이렇듯 말 못 하는 강낭콩도 사랑이 필요할진대 하물며 우리 인간에게 사랑은 당연지사이다. 특히 어릴수록 사랑이 필수적이다. 아이는 사랑을 먹고 자란다고 한다. 사랑은 아이의 바른 성장에 특효 약이다. 듬뿍듬뿍 주어라. 아무리 많이 주어도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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