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엄마가 일하는 밭에 들러 엄마가 따준 오이를 먹고 마냥 행복해한다. 해질 무렵에 동네입구에서 놀던 아이는 밭일을 마치고 돌아온 엄마를 보고 달려가 엄마 치마 속으로 들어가 포근함을 느끼며 즐거워한다.
세월이 흘러 장성한 아이는 치매로 요양원에 계신 엄마를 보고 이런 옛 추억에 가슴 저리며 눈물을 보인다. 어느 순간 돌아보니 수십 년의 시간이 흘려갔다. 장성한 자식은 아직도 젊은 엄마를 찾고 있다. 자식은 어렸을 때 엄마에 대한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돌아갈 수도 없는 엄마가 젊었든 그 시절이 그리 워던 것이다. 50년이란 긴 세월이 흘렀건만 엄마에 대한 추억이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것은 그 추억이 너무도 강렬했기 때문이다.
보잘 것 없는 집안의 큰며느리로 힘든 논밭 일을 하면서 까탈스러운 시부모님 봉양에, 상전인 시동생 뒷바라지에다 남자아이 4명을 키우셨던 어머님,
자녀들이 결혼하고 분가하여 자기 앞가림할 때도 한 푼이라도 자녀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늙은 나이에도 비닐하우스에서 구부려진 허리로 딸기며 수박, 고추 농사 일을 하셨던 어머님,
나이가 70세를 훌쩍 넘으셔도 자식 생일, 결혼기념일을 잊어버리지 않으시고 맛난 것 사 먹어라고 10만원, 20만원 보내주셨던 어머님,
그런 어머님도 세월을 못 이기시고 병들어 3년간 병원에 있다가 지금 요양원에 계시는 것이 서글프고 잘 모시지 못해 자식으로서 죄스럽기만 합니다.
밤잠을 설쳤습니다. 집에서 어머님을 돌볼 사람이 없기에 어쩔 수 없이 요양원으로 모셨지만 과연 어머님을 요양원에 보셔야만 하는지, 집에서 모시면 안 되는지에 대한 생각에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천사 심성을 가진 아내의 생각으로 지난 12월 집 가까이 있는 갓 오픈한 시설 좋은 요양원으로 모시고 와기에 자주 뵐 수 있는 것으로 위안을 삽니다.
어버이날을 맞아 아내와 함께 어머님을 만났습니다. 아내는 어머님에게 고추장 담그는 방법을 물어봅니다.. 어머님은 고추장 레시피를 자잘하게 알려줍니다. 아내는 이번 가을에 어머님을 모시고 고추장을 담을 거라 합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간대화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포근한 사랑을 느꼈습니다.
어머님과 아내는 저에게 너무도 소중한 여성입니다. 두 분에게서 순수한 사랑을 보았기에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 저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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