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빼고 모두 올빼미형이라 늦게 일어난 바람에 아침식사도 늦어졌다. 잠에 취해 일어나지 않는 아내를 보면서 언제 일어날지 기약이 없다. 기다리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허기가 져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3대 영양소 중 하나인 탄수화물이 떨어진 탓이다. 잠자는 아내만 바라본다.
기다리던 아침식사. 갈치 김밥 한 줄에 8천원이다. 호텔음식도 아닌데 너무 비쌌다. 돈가스처럼 갈치를 튀겨 속재료로 넣어 만든 김밥은 가성비가 떨어졌다.
제주도 여행경비가 비싸 일본이나 동남아로 여행 간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숙식비, 비행기 티켓 등을 따져봤을 때 맞는 말이다. 금요일 주말인데 관광객이 많지 않은 걸 보면 다 일본으로 갔나 싶다. 우리도 다음 가족여행지를 일본으로 합의를 봤다
아침을 먹고 서귀포로 차를 몰았다. 한라산 능선을 따라 나있는 도로는 최적의 드라이브 코스, 초록으로 물들인 벌판, 우거진 초로색 나무들 보면서 신선함을 만끽하며 우리는 여행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다음 행선지는 서귀포에 있는 천지연 폭포이다. 이곳에 온 이유는 15년 전 가족사진을 찍었던 그 장소에서 다시 가족사진을 찍기 위해서이다. 추억을 따라 온 것이다. 추억을 회상하고 또 다른 추억을 만들 계획으로 천지연 폭포를 찾아왔다.
아침부터 한 두 방울 뿌리던 비가 그치지 않고 천지연 폭포 주차장까지 따라왔다. 어쩔 수 없이 우산을 쓰고 천지연 폭포로 향했다. 하지만 비는 우리의 기분을 다운시키지 못했다. 비는 우리 가족 여행의 기쁨을 막지 못했다. 비가 와도 즐거웠고 좋았다. 비가 내려서 그런지 폭포에서 떨어지는 폭포수 물줄기는 굵게 보였다. 떨어지는 물량이 컸다
15년 전에 가족사진을 찍었던 위치를 찾고 또 찾았다. 가져온 사진을 보고 주변을 둘려보았지만 사진과 유사한 장소는 눈에 보이지 않았다. 우리가 찾고 있던 사진 속 그 장소는 이곳 천지연 폭포 연못이 아니었다. 바닷가 어디에서 찍은 사진인데 엉뚱한 폭포 앞 연못으로 착각했던 것 같다.
실망스러웠지만 잠깐의 아쉬움이 전부였다. 다른 때 같으면 우울했을 텐데 그런 우울함도 없었다. 실망을 뒤로하고 폭포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사진 찍기 바빴다.. 남는 게 사진 밖에 없다는 말처럼 가족 추억을 열심히 만들었다. 아내가 달라졌다. 예전에 사진 찍기를 엄청 싫어했는데 지금은 본인이 사진 촬영에 더 적극적이다. 아내의 변화된 모습에 나까지 기분이 좋았다. 폭포 가는 길이나 폭포에서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길 중간중간에 추억의 사진을 찍고 또 찍었다.
어느덧 아내가 좋아하는 해물탕 먹는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식당 사장님은 오징어, 꽃게와 이름 모를 생선으로 가득한 큼직한 냄비를 불판에 올려놓았다. 군침이 도는 풍성한 해물탕이다. 먹기 전에 사진 몇 커트 찍고 10여분 끓인 해물들을 노련한 솜씨로 먹기 좋게 가위 작업을 해 주신 식당 아줌마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해물탕에 넣은 칼국수로 점심을 마무리하고 다음 행선지는 성산일출봉으로 출발
운전기사 교체, 아내가 운전을 하는 동안 뒷 자석에서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도착한 곳이 성산일출봉이 바라다 보이는 대형 카페이다. 카페 상호명은 생각나지 않는다.
카페 2층에서 바라보는 바닷가는 괌, 발리, 보라카이 해변가 휴양지처럼 앞이 탁 트인 푸르른 남태평양 분위기를 연출하는 이국적인 바닷가 풍경이다. 육지에 가까운 바다색은 연한 회색을 띠고 먼바다는 짙은 푸른빛이 났다. 수심의 차이로 바다색이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
아메리카노 한 잔에 8500원 무지 비싸다. 관광객이 돈으로 보인다. 다시 한번 대뇌 인다. 제주도 올 바에야 일본이나 태국으로 여행 가겠다..
다음 행선지는 용두암 해변가이다. 15년 전 찍은 가족사진을 네이버 지식창에 올려 사진 속 장소를 물었는데 답장이 왔다. 용두암 해변가라는 답이 왔다. 그토록 찾던 15년 사진 속 장소가 용두암 해변가 벤치였던 것이다. 기분 좋게 제주시 용두암 해변가로 자동차 몰았다.
용두암 해안가로 가는 도로는 아침에 서귀포로 오던 길의 주변 풍경과 너무도 달랐다. 평지에 목장이 자주 보였다. 말이며 양을 키우는 목장들이 눈에 띄었다.
한참을 가는데 도로변에서 오징어와 참외 판다는 푯말이 눈에 들어왔다. 판매 장소 이전 몇 킬로 앞서 오징어, 참외 판매 홍보물을 걸어 놓았기에 쉽게 눈에 띄었다. 아마 노점상 아줌마는 자주 이곳에서 주기적으로 오징어 등을 파는 모양이다. 도로변 전문 노점상임에 틀림없다.
아내는 오징어 킬러이며 참외를 무척 좋아한다. 이 두 가지 간식거리를 만났으니 아내의 식욕을 막을 수가 없었다. 다 함께 오징어를 씹으며 용두암 해안가 주차장으로 차를 몰았다. 여행에서 먹거리는 여행의 핵심중 핵심이다. 먹는 게 즐거우니 운전도 지루하지 않았다.
드디어 15년 전 사진 속 그 장소에 도착했다. 그러나 네이버에서 알려준 장소에 벤치가 없었다. 하지만 벤치를 철거하고 그곳에 시멘트로 바닥을 메꾼 흔적이 남아 있었다. 15년 전 사진과 주변 환경을 비교해 보니 우리가 찾던 장소가 맞았다. 젊은 여성에게 부탁하여 몇 카트의 가족사진을 찍었다. 새로운 추억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오후 5시가 넘어 용두암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숙소로 돌아와 나와 둘째 아들은 숙소에 휴식을 취하는 동안에 아내와 큰 아들은 광어회와 기념품을 사기 위해 전통시장과 기념품 가게를 갔다. 내일 시간이 넉넉지 않아 오늘 아들의 여자친구 선물을 사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저녁 7기 30분에 아내가 쇼핑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내일이 첫째 생일이다. 광어회, 주먹밥, 참외 등을 객실 테이블에 올려놓고 조각 케이크에 초 하나를 꽂아 호텔 방에서 조촐한 생일파티를 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강*완 생일 축합니다." 생일 노래와 함께 행복한 가족여행 둘째 날이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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