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한다. 가족으로부터 연락이 없으면 가족에게 특별한 일이 없다는 말이다. 즉 멀리 떨어져 사는 부모, 자식, 형제 등에게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없다는 말이다.
요즘 나에게 <무소식이 허소식이다.>라는 말처럼 공감 가는 말은 없다. 어머님이 병중인데 내 핸드폰에 병원 전화번호가 뜨면 눈이 커지고 맥박이 빨라진다. 어머님에게 무슨 일이 있나 걱정이 되어서다..
여든다섯 인 어머님이 아프신 지 벌써 6년째다. 옆에서 지켜보는 아들도 마음이 천근만근인데 어머님 본인은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울까.
인명은 재천이란 말도 있다. 죽고 사는 문제는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고 하늘에 달려 있는 뜻이다. 지구에서 모든 생물 중에 제일 잘난 체하는 인간이지만 죽는 것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다.
어머님 병중에 아버님이 교통사고를 당하셨고 그로부터 6개월 후에 홀연히 아버님은 우리 가족 곁을 떠나셨다.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어머님은 여러 병원을 옮겨 다녔지만 끝내 건강이 회복되지 않아 2022년 12월에 제가 살고 있는 도시로 모셔 왔다. 가까이에서 돌보고 싶어 서다.
그리고 어머님의 썩은 이를 발취하고 임플란트를 심기 위해 작년 3월부터 10월까지 치과를 모시고 다녔다. 그리고 주말이면 요양원에서 어머님과 과일, 음료 등 다과를 나눠 먹으며 지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머님은 팔순이 넘어설 무렵 여기저기 아프셨고 2019년 이맘때 인공관절 수술을 받았지만 재활치료를 제대로 하지 못해 걷지 못하셔서 결국 지금은 요양원에 계시지만 어머님은 우리에게 지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원래 어머님은 말수가 적으신 분이신데 그때 말씀을 참 많이 하셨다.
어머님이 비록 아프시지만 우리를 알아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얼굴 맞대고 사랑을 나누었다. 나는 어머님이 이 정도 몸상태에서 더 이상 아프지 않으시고 편안하게 지내시기를 소망했다. 여기저기 쑤시고 불편해하셨지만, 그런대로 그럭저럭 요양원에서 잘 보내고 계셨다.
그런데 이달 초순에 병 안이 심해져 갑자기 응급실로 실려 가셨다. 그 이후 급격히 신체 기능이 떨어져 지금은 의식은 있지만 눈 초점이 흐릴 정도로 어머님의 건강 상태가 최악이다.
오늘 요양원에서 연락이 왔다. 요양원 전화번호를 보자마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간호사는 어머님의 나빠진 몸 상태를 설명하면서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간호사의 말에 따르면 위출혈이 있었고 경련을 몇 번하셨으며 한쪽 팔이 딱딱해졌다는 것이다. 지난 며칠 동안은 괜찮았는데, 어제오늘 갑자기 병 안이 나빠졌다고 한다. 병원에서 퇴원한 지 일주일 만에 다시 병원에 가봐야 할 정도로 어머님 병환이 좋지 않은 모양이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병원 전화번호가 무섭고 겁난다. 병원에서 전화가 안 오는 게 굿 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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