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집결지인 고성종합운동장을 빠져나오는 차 안에서 아내와 아들은 저녁으로 어떤 음식을 먹을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내가 먼저 어제저녁에 먹었던 진부령 황태구이를 먹자는 말에 아들이 삼겹살을 먹고 싶다고 하자 우리는 아들의 의견에 따라 삼겹살을 먹기로 정했다.
아들이 군복무 시절에 외출 나오면 자주 갔던 인제군 원통 먹자골목으로 차를 몰았다. 원통 버스터미널을 지나 먹자 거리의 막다른 끝자락 골목 주택가에 차를 세우고 고깃집 식당으로 들어갔다.
식당은 어두운 편이었고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부부가 식당을 직접 운영하고 있었다. 즉 부부는 아르바이트 없이 주문도 받고 음식도 만들고 서빙도 손님 안내도 직접 하고 있었다.
우리는 장시간 보도 여행 탓에 배가 고팠기에 테이블에 앉자마자 바로 음식을 주문했다. 아들은 삼겹살 4인분, 아내는 골뱅이 무침 한 접시를 주문하고 물 한 모금 마시며 한숨을 돌리고 나니. 저녁 6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우리보다 먼저 식당에 들어온 손님 3명은 식당 제일 안쪽 구석진 테이블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들은 40대 남자들 이였는데 그들 말고는 손님이 없어 식당이 설렁했다.
주문한 삼겹살과 골뱅이가 나오기 전에 우리는 밑반찬을 주섬주섬 먹고 있는데, 군인으로 보이는 스포츠머리를 한 젊은이가 우리 옆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의자를 가지런하게 정리하는 사이에 군대 머리를 한 동료 4명이 우르르 들어와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삥 둘러앉아, 소주와 주맥을 시키는 것을 보니 퇴근하고 회식 자리를 갖는 듯 보였다.
군인들의 술 마시는 회식 분위기는 정말 활기가 넘쳐 보였다. 역시 힘든 일과를 마친 후 직장 회식 자리는 천국만큼이나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이다.
그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고 목소리는 경쾌 명랑했다. 알아서 적당히 마시라는 상급자의 말, 술잔을 꺾어서 마셔도 된다는 선배의 배려. 상하가 분명한 군인인데도 강요하지 않은 술자리였다. 이처럼 서로를 위로하는 회식 자리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나는 본의 아니게 그들 바로 옆에서 그들의 이야기와 모습을 보면서 저녁을 먹었다. 향로봉 정상에서 점심 후 5시간가량 도보여행 탓도 있고(승합차 타고 내려온 시간도 포함해서) 점심을 주먹밥과 카스테라로 심플하게 먹어서 그런지 삼겹살과 골뱅이무침은 꿀처럼 달고 맛있었다. 시장(배고플 때)이 반찬이라 말을 이럴 때 쓰는가 싶었다.
아들은 삼겹살 4인분이 부족했던지 3인분을 추가로 시켜 볶음밥에 들어갈 삼겹살 몇 점을 남기고 다 먹었다. 그러나 볶음밥에 삼겹살을 넣지 않는다는 식당 사장님의 말에 그것마저 상추에 싸서 다 먹어 버렸다.
그리고 주방에서 조리하여 불판에 올려놓은 볶음밥 두 공기를 쌀 한 톨 남기지 않고 먹으니, 그때야 배부름이 느껴졌고 콜라를 마신 다음에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을 나왔다.
식당에 들어올 때 해가 떨어지지 않았는데 식당을 나오니 밖은 캄캄해져 있었다. 여기서 차로 3시간 30분 넘게 달려야 우리 집에 도착할 수 있다. 우리는 10월 4일 가을 저녁에 강원도 인제군 원통버스터미널 부근에서 집으로 막 출발하려는 참이다.
갈 길이 먼데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히 아들이 운전을 해서 나와 아내는 편하게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사실 아들은 초보 운전자다. 운전면허를 취득한 지 약 1개월밖에 되지 않은 왕초보 운전자다. 그럼에도 아들은 초보 운전자치고는 제법 안전 운전을 하여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니 그렇게 집이 편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집을 떠나봐야 집이 좋은 줄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집의 소중함을 깨닫기 위해서라도 가끔 여행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남북이 갈라진 비무장 지대에 들어가 금강산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또 있겠는가. 나이 들면 장거리 도보여행이 힘들 텐데 말이다. 걷는데 알레르기가 있는 아내에게 이번 트레킹대회가 처음이자 마지막 장거리 보도 여행이 될 것이 분명하다. 나 역시 다시는 장기 보도여행은 사절하겠다.
날씨 좋은 10월 가을에 큰아들, 아내와 함께 강원도 진부령 정상에서 향로봉 꼭대기까지 힘든 도보여행에서 가을 추억을 담아 왔다는 것에 <2024년 백두대간 평화 트레킹대회> 참가에 의미를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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