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월 1일 자로 부서를 옮겼다. 새로운 부서에 직원이 30명이 근무하는데, 대부분 여성이고 남자 직원은 나와 운전직 2명 그리고 시설관리 직원을 포함해서 딱 4명뿐이다.
내가 이 부서에 온 지 4일째 되던 날, 남자 직원 4명이 처음으로 뭉쳤다. 점심을 먹고 카페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운전사 A는 예전에 함께 근무했었기에 이무로웠다. 그래서 어디에 사는지 취미가 무엇인지 등 개인사를 물어보았다. A는 2년 전에 아이를 낳았고 그래서 아빠로써 1년 육아휴직 후에 작년에 이 부서로 발령받았다고 한다. 둘째를 갖고 싶은데 아내가 반대한다면서 아쉬워했다.
이렇게 예의없이 오랜만에 만나 A의 개인 신상을 묻다가 나이까지 묻게 되었는데, 나 빼고 세 직원의 나이가 같았다. 이 말을 듣고 나는 깜짝 놀랐다. 동갑끼리 함께 근무하기가 쉽지 않은데, 그것도 여성이 대부분인 부서에서 40대 초반 남자 3명이 함께 근무하고 있다는 게 확률적으로 희소한 경우이기 때문이다.
더 놀라운 것은 따로 있었다. 두 운전기사가 초등학교 동창이라는 사실이었다. 놀라고 기절시킬 사연이 또 있었다. A가 우리 기관에 운전기사로 들어온 후에 B에게 우리 기관을 소개해 줘서 B도 운전기사로 입사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B는 친구 A을 은인(?)으로 여기고 있었다.
"친구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있다. 이말은 "친구가 좋아서 어디라도 함께한다."는 뜻이 있는데, 두 운전기사의 이야기가 여기에 딱 맞는 경우다. B는 A 따라 우리 직장에 운전기사로 입사하는 바람에 지금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두 친구의 이야기는 삶에서 친구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말해주고 있다. 직업의 귀천이나 좋고 나쁨을 떠나서 말이다.
나도 이 두 운전기사의 경우처럼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에 들어오게 된 사연이 유사하다. 벌써 약 33년 전, 내 나이 20대 후반의 일이다.
당시 나는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어느 날, 친구가 @@입사원서를 가지고 와서 같이 응시하자고 했다. 그러나 그때 나는 @@기관에 관심이 없었서 응시원서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후에 취업에 조급해진 나는 친구가 알려준 @@기관에 응시하여 합격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다니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친구는 @@기관에 입사하지 못하고 다른 직장에 취직해서 그곳에서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나 역시 친구 따라 강남을 가지는 않았지만 친구의 권유로 강남( @@기관)을 나 혼자 간 것이다. 즉 친구가 건네준 입사원서가 내 삶의 방향을 바꾸어 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이렇듯 개인의 삶에서 주변 환경이 중요하다. 기회는 자기의 주변으로부터 생기기 때문이다. 좋은 학교를 가야 하는 이유이고 좋은 친구, 좋은 동료 등을 만나야 하는 까닭이다. 출신성분이나 출신학교에 따라, 친구나 동료 등에 따라 인생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될 수 있으며 좋은 환경에 속해야 하는 이유다.
출생지에 따란 운명이 바뀐다. 당신이 북한에 태어났다고 가정해 보면 이 사실을 금방 알 것이다. 출신국이 한국이냐 북한이냐에 따라, 미국이나 우크라이나에 따라 한 개인의 삶이 하늘과 땅만큼 벌어진다.
인간의 삶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연이 관여되고 있다. 따라서 좀 잘 나간다고 성공했다고 교만하지 말고 잘 난 체 하지 말아야 한다. 삶은 거칠고 불확실하며 상당 부분 우연에 의해 좌우되기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겸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