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가 빠르게 10시를 향하고 있다. 서둘러 집을 나섰다. 요양원에 계신 어머님 외출을 10시에 약속을 해 놓았기에 급하게 차를 몰았다. 다행히 가까스로 10시에 도착했다. 요양원이 집 가까운 곳에 있고 토요일이라 차가 막히지 않아 빨리 올 수 있었다.
간호사 선생님과 조무사 선생님이 어머님을 모시고 나오셨다. 두 분에게 깍듯이 인사를 드리고 어머님 차에 모시고 곧바로 미용실로 향했다. 오늘은 어머님 파마하는 날이다.
미용실에 우리 보다 먼저 온 손님이 있었다. 그 손님 다음에 어머님 차례이다. 머리에 파마 약을 바르고 플라스틱 롤러로 머리를 말아 올린 다음 2시간 정도 기다렸다가 머리 감고 카트까지 대략 3시간 정도 걸린다. 오후 1시까지 미용실에 있어야 한다.
어머님이 배가 고프실 것 같아 편의점에서 바나나 우유와 초코파이를 사 왔다. 손님을 포함 미용실에 7명이 함께 먹을 수 있는 분량을 샀다. 함께 나누어 먹는 간식은 더 맛있었다. 역시 음식은 여러 사람이 함께 먹어야 더 맛이 있다.
미용실은 50대 이상이 주 고객이다. 어머님 다음으로 대기 손님도 70세가 넘으신 할머니이시다. 이 할머니와 미용실 일을 도와주고 있으신 분이 저보고 효자라고 말씀하신다. 다른 자녀들은 어머님을 미용실에 맡겨놓고 파마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다시 오는데 제가 어디 가지 않고 어머님과 함께 있다며 효자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부끄러웠다. 효자는 못된다.
오후 1시경 커트까지 끝나고 점심을 먹으려 미용실 근처 식당을 갔다. 식당은 한가했다. 거동이 불편한 어머님을 힘겹게 식당 의자에 앉혀 드리는데 식당 사장님이 안쓰러워 보였는지 함께 어머님을 부추기며 안내하신다. 불편한 어머님과 함께한 나를 보고 효자네 하신다. 효자 아닌데 자꾸 효자라고 말씀하신다.
어머님은 배가 고프셨는지 밥을 잘 드셨다. 그래도 공깃밥 양이 많았던지 남기셨다. 오늘 반나절은 어머님과 함께 지냈다. 다소 지루하고 무료한 시간이다. 하지만 어머님과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를 생각하면 지루함을 느끼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낳아 힘들게 길러주신 어머님을 생각하면 오늘 하루 어머님과 함께하는 시간은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이다. 바쁘다는 이유로 자주 찾아뵙지 못하고 있다. 미용실이나 식당에서 만난 사람들이 효자라고 말하지만 그 반대이다. 불효자이다.
어머님은 파머를 3개월마다 다시 해야 한다. 3개월 후에 미용실 오늘날이며 9월 가을이다. 여름을 잘 지내시고 가을에 다시 미용실에 와서 파머하고 점심도 함께 먹는 시간이 또 온다.
어머님과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 바쁘다는 이유로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자식일 뿐이다. 죄송스럽다.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쌀 과자를 사 드렸다. 요양원에 모셔다 드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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