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 무렵 풀 깎기를 한참하고 있는데 예초기 돌아가는 소리가 크게 들리더니 갑자기 예초기 칼날과 고정핀 등이 예초기 본체에서 이탈하는 뜻하지 않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순간 놀랬다. 위험천만이다. 다치지 않아 다행이다. 어깨에 맨 예초기를 내려놓고 칼날과 고정핀을 찾았지만 작은 볼트를 찾지 못했다. 본체와 칼날을 고정하는 볼트가 없으면 예초기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
아내와 10여분 가량 땅거미가 지는 시각에 밭 바닥 어디엔가 있을 볼트를 눈을 부릅뜨고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당황스러웠다. 해는 저물어 가는데 볼트를 못 찾으면 그냥 철수해야 하고 이제 예초기를 사용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한다. 그런데 조금 있다 아내가 볼트를 찾았다. 우리는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예초기를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기쁨.
시계를 돌려 2시간 전 일이다. 풀 깎으러 밭에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다. 침대 받침대를 옮기는 젊은 부부가 엘리베이터 안에 있었다. 엘리베이터 안이 비좁아 빈 공간 모서리에 서 있었다. 부부는 미안했는지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새 물건이라 버리기가 아까워서 당근마켓에 내놓았는데 찾은 사람이 없어 결국 버린다고 한다.
유심히 살펴보니 쓸만하다. 주말 농장에 갔다 놓으면 침대 받침대를 평상(앉거나 누워 쉴 수 있도록 만든 것)으로 사용하는데 안성맞춤이라 생각이 들었다. 예초작업을 끝내고 아파트에 돌아와 분리수거장에 놓여 있는 그 침대 받침대를 차 트렁크에 싣고 밭에 갔다 놓았다. 버려진 물건을 우리가 사용할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
밭 일을 하고 쉴 수 있는 마땅한 장소가 없었는데 침대 받침대에서 휴식할 수 있게 되었다. 늦은 밤에 침대 받침대를 밭에 옮겨 놓고 집에 도착한 시간이 저녁 10시.
어쨌든 돈 안 드리고 침대 받침대를 얻어 기뻤다. 이런 소소한 작은 재미에서 행복을 느낀다. 행복을 거창하고 생각할 필요 없다. 작은 거라도 하루하루 기쁠 수 있다면 큰 것 한 방의 행복보다 낫다. 행복에도 지속성이 중요하다. 오늘은 작은 2개의 기쁨을 맛보았다. 이 정도면 오늘 행복하게 지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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