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출근길에 사무실 1층 복도에서 급식 식당 사장님을 만났다. 식재료 준비하느라 바빴는지 저를 알아보고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스쳐 지나갔다. 연이어 또 다른 식당 사장님을 식당 후문에서 마주쳤다. 곧바로 식당으로 들어가며 "안녕하세요."라는 얼굴 없는 인사를 건내 받고 응답은 못했다.
연달아 마주친 두 사장님은 제가 손님으로 식당을 출입할 때와 외부에서 만날 때 저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서로 아는 사이인데 상대방을 어디에서 만나느냐에 따라 다르게 대한다.
은행도 고객을 대하는 태도가 이두 식당 사장님과 비슷하다. 은행창구 직원은 얼마나 친절한가. 입구에서부터 깍듯이 고객을 맞이하는 안내 직원이 부담스러울 정도이다. 그런데 대출창구에 가면 친절 체감도는 급강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처럼 차갑다. 기본적으로 대출담당자는 무뚝뚝하다. 예금창구 직원과 대출창구 직원이 고객을 다르게 대한다. 똑같은 은행 직원인데 어째 이렇게 고객을 이중적으로 대한단 말인가.
인사의 이중성(二重性) 끝판 왕은 따로 있다. 당선(當選) 전후에 따라 다른 인사 태도를 보이는 정치인을 가끔 보게 된다. 민간인 신분일 때 굽실 거리며 표를 구걸하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국회의원, 지방의원, 시도지사, 시군구청장이 당선되면 목에 깁스 한 환자처럼 예전과 다르게 사람들을 대하는 정치인들이 있다. 그들의 다양한 갑 질 뉴스가 끊이지 않는 걸 보면 당선 전후의 인사성이 확연히 다름을 증명해 준다.
인성(人性)이 먼저이고 사회적 지위는 그다음이다.. 인성 없이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애꿎은 조직원과 국민들만 피곤하고 힘들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권위와 권력만 탐내는 이들은 성춘향이 싫어하는 변사또와 다를 게 뭐가 있겠는가. 인성 없이 성공한 사람은 인류의 큰 재앙이다. 히틀러를 보라. 콧수염을 기른 히틀러 때문에 유태인이란 이유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 속에 죽어갔다.
제가 모르는 특별한 이유 때문에 오늘 만난 사장님의 인사 태도가 제게 불편하게 다가왔을 수도 있다. 또한 인사성 바른 식당 사장님도 많다. 품위 있는 정치인도 분명 존재한다. 친절한 대출 담당자도 물론 있다. 여기서 언급한 직업군의 모든 사람들이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고 말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말하고 싶은 요지는 인사가 그 사람의 평판에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인사성(人事性)을 보면 그 사람의 성향을 80% 이상 알아볼 수 있다. 목소리 톤이나 억양, 존칭어 사용여부, 눈동자, 눈빛, 몸동작 등으로 체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억지로 하는 인사에는 상냥한 목소리가 묻어날 리 없다. 존칭어가 빠진 인사는 불쾌감을 줄 수 있다. 친근감 없는 눈빛으로 인사를 한다면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인사로 비칠 수 있다. 그러니 인사할 때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바른 인사성은 훌륭한 장점을 한 가지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돈 주고도 못 사는 것 중 하나이다. 인사만 잘해도 주목받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보통은 그렇게 못하기 때문이다. 쉽지만 어려운 게 인사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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