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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면 손발이 고생

믿음 소망 사랑

by kddhis 2023. 8. 11.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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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이 되면 농부들은 잡초와 사투를 벌인다. 지구상에 잡초만큼 생명력이 질긴 식물이 또 있을까. 번식력이 대단하다. 잡초 박멸을 위해 이른 아침이나 해질 무렵에 농약 통을 등에 지고 풀 약을 푸리는 농부를 밭에서 쉽게 볼 수 있.

 

 

나 약시 풀 약을 뿌리기 위해 옥수수 밭에 왔다. 해가 막 떨어질 시각이다. 먼저 농약 분무기 통에 물을 채우고 제초 농약을 넣은 다음 막대기로 서너 번 휘졌고 분무기통 뚜껑을 닫았다. 분무기에 충전기 배터리를 연결하고 분사를 위해 전원을 컸다. 근데 어라, 분무기에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다. 여기저기 분무기를 만져 보지만 소용이 없다.

 

 

왜 안 되는 겨, 아차, 지난주 분무기를 사용하고 더운 곳에 방치해서 고장이 난 것이다. 이를 어쩌나, 날은 어두워지고 제초 농약을 물에 섞어 놓았는데 이대로 놓고 그냥 갈 수는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이 생겨버렸다,

 

 

근처에 전원주택을 짓고 사시는 채사장님 집으로 부리나케 달려갔다. 분무기를 빌리기 위해서다. 어라,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집에 아무도 없다. "꽝꽝"  현관문을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다.

 

 

밖으로 나왔다. 멀리서 대화 소리가 들리는 또 다른 전원주택으로 뛰다시피 달려갔다. 채사장 내외분과 집주인 부부가 정원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나를 보자. "뭐여"하는 눈빛이다.

 

 

먼저 그분들에게 90도로 인사를 하고 자초지종을 설명드렸다. 서둘러 다시 채사장님 댁으로 돌아와 분무기를 빌렸다. 빌린 분무기 덕분에 농약 뿌리는 작업을 마칠 수가 있었다. 그때가 저녁 8시, 해는 졌고 태양 빛의 여운조차도 남아있지 않았다. 어두컴컴했다.

 

 

제초 작업을 다 마치고 한숨을 돌리는데 내 몰골이 가관이다. 얼마나 서둘려 농약을 쳤는지 웃옷부터 바지까지 온몸이 땀으로 젖 졌다. 목이 말렸다. 가져온 생수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깜깜한 주변을 바라보는 것도 잠시, 자동차 시동을 걸고 집으로 향했다.

 

 

한참 달리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핸드폰에 아내 전화번호가 떴다. 아내가 어디냐고 묻는다. 가는 중이라고 대답했다. 짤막한 대화다. 아내는 밭에 간 내가 캄캄해졌는데 돌아오지 않아 걱정돼 전화를 한 것이다.  

 

 

고장 난 농약 분무기 때문에 늦게 저녁을 먹었다. 내일은 월요일이다. 장거리 출장을 가야기에 서둘러 잠을 청했다. 웬걸 잠은 오지 않고 정신이 말똥말똥, 제초작업 때문에 육체가 파김치 돼서 그런지 신체가 잠 모드로 바뀌지 않는다.

 

 

다음날 아침, 잠을 설쳤다. 설 잠을 잔 것이다. 몸이 찟 부등 했다. 목통증까지 생겼다. 갑자기 근육을 무리하게 사용한 대가다. 내 몸이 맛이 갔다. 에너지 충전이 안된 몸으로 한 시간 넘게 운전하고 출장은 다녀왔다. 왕복 2시간 넘게 운전을 했다. 그래도 죽으라는 법은 없다. 최악의 몸 상태에도 신체가 잘 버텨주었다. 내 몸이 대견하다.

 

 

육체가 힘들었던 이유는 농약 분무기 관리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장비를 이용했으면 그냥 방치하지 말고 바로 정비하고 보관을 잘해 놓아야 나중에 사용하는데 지장이 없다. 마치 가을에 자전거 타고 겨울 동안 방치하면 다음 봄에 수리해야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것처럼 농기계도 마찬가지다.

 

 

모르는 것이 많아 실수하고 엉뚱한 곳에 시간을 낭비한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는 말처럼 나 역시 그렇다. 하지만 실수에서 배우고 나쁜 머리를 조금이라도 어찌해 보려고 책도 읽고 이처럼 글도 쓴다. 

 

 

부족하지만 열심히 사는 나 자신에게 응원을 보낸다. 지금은 목 통증도 사라졌고 몸 컨디션도 정상으로 돌아와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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