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참 선량한 사람입니다.
어린 나이에 기차표 살 돈만 가지고 무작정 서울로 갔지요. 그때 당신 나이 10대 후반이라고 들었습니다. 서울에서 몇 날을 배 굶어가며 지냈지요. 그 후 이차저차 해서 어렵사리 직장을 얻어 정착했습니다. 당신의 성실함으로 사장님께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지요
객지 생활에 적응해 갈 무렵, 부모님으로부터 연락이 왔지요. 당신 없으면 농사를 못 짓는다는 부모님의 하소연을 당신은 뿌리치지 못했습니다. 서울 사장님이 고향으로 내려가지 말라고 그렇게 말렸다지요. 그때 결정이 당신이 평생 시골에서 농사짓고 힘겹게 살게 된 선택이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한 맺히게 깨달았지요. 당신의 아버지는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였지요. 하지만 자식으로서 당연한 도리라고 여기며 선량한 당신은 지극 정성으로 부모를 모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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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갔다 오고 결혼하여 자식 4명을 낳고 그럭저럭 부모님 모시고 사셨지요. 장남으로써 부모님 봉양하며 동생들을 출가시키고 사는 게 운명인양 그렇게 시골에서 뼈 빠지게 농사 일하며 사셨지요
당신 나이 40대 후반, 대형 사고가 터졌습니다(사고 전말은 생략하겠습니다.). 당신 아버지와 심한 갈등으로 고향 인근 도시로 나와 연탄 가게를 하셨지요. 그때 자녀들이 초중고등학교를 다닐 때였습니다. 방한 칸에 조그만 연탄 창고가 전부였습니다. 그곳에서 가족 5명이 함께 살았지요. 막내아들만 고향에 남겨둔 채 연탄 가게에서 큰아들과 둘째는 고등학교. 셋째는 중학교를 다녔지요.
그 비좁은 공간에서 5명이 어떻게 지낼 수 있었을까요. 지금 생각하면 상상이 안됩니다. 방이 8평도 안 되는 작은 공간인데 말입니다. 자고 일어나면 이불은 방 한쪽에 쌓아 두고 몇 안 되는 옷은 벽 옷걸이에 걸어 놓았지요. 옷과 이불, 밥그릇, 국그릇, 수저. 젓가락, 냄비, 김치통이 살림살이 전부였지요
연탄을 등에 지고 빗탈지고 비좁은 달동네 골목을 다니셨지요. 인근 재래시장에도 연탄배달 했습니다. 재래시장은 낮에 오고 가는 손님들로 붐볐기에 꼭두새벽에 연탄을 배달했지요. 손과 발, 얼굴에 묻은 연탄제는 잘 지워지지 않습니다. 항시 시커먼 연탄제 묻은 당신 얼굴은 가진 게 없어 굶주린 불쌍한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이처럼 당신은 그 어려운 시절을 잘 견디셨지요. 얼마나 고달 파겠습니다. 당신 참 인내심이 대단합니다. 처자식 먹여 살리려고 그렇게 악착같이 연달을 배달하셨지요.
이후 연탄 가게를 정리하고 고향으로 돌아오셔서 농사일을 계속하셨지만 고달픈 생활은 매한가지였습니다. 생활 형편도 특별히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쌀농사 지어서 성공한 경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게 80 평생을 어렵게 사시면서 처 자식을 먹여 살리셨지요. 그리고 어느 날 불현듯 가족 곁을 떠나셨습니다. 자주 당신의 모습이 생각나는 이유는 힘들고 찌는 생활 가운데서도 자식 사랑만큼은 남다르고 각별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당신은 참 선량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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