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 거북이 목 되겠어요.
나 : 그래
아들 : 모니터 오래 보시면 거북이 목 돼요.
나 : 그래
아들 : 무리하지 마세요
나 : 알았어
아들은 컴퓨터를 장기간 보고 있는 내가 걱정돼서 거북이 목까지 들먹이고 있다. 책상에 앉아 하루 종일 뭘 하는지 꼼짝하지 않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내가 답답하게 느껴진 것이다. "아이고 답답해 아버지, 어디 안 가고 집에만 계시네." 안쓰럽다는 아들 표정이다.
집에 있으면 컴퓨터 앞에 앉아 글 쓰는 게 일상이 되었다. 퇴근하면 바로 초안을 쓰고 다음날 새벽에 글을 수정한다. 어제처럼 휴일이면 하루 절반은 글을 쓰고 나머지 반의 반은 책 읽고 또 남은 시간에는 휴식을 취한다. 이것이 집 돌이 생활패턴이다.
배우자 : 종일 집에 있으면 지루하지 않아요?
나 : 아니요
배우자 : 당신은 방안퉁수 같아요
나 : 난 이게 좋은데
배우자 : 집에만 있는 게 뭐가 좋아요
나 : 이런 더욱 날씨엔 집이 최고여
배우자 : 계속 방 꼭 하면 나 혼자라도 돌아다닐 겁니다.
나 : (속으로) 배신자
아내는 하루 종일 집에 있는 게 싫은 것이다. 아무리 더워도 밖으로 나가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도 아닌데 오늘따라 투덜 된다. 오랜 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내가 맘에 안 든 눈치다. 외식이라도 해야 하는데 삼시 세끼를 집에서 해결하니 짜증이 난 것이다. 아내의 짜증은 세끼 밥상 때문인 게 분명하다.
무더운 날씨에 밖으로 나가봤자 좋을 게 없다. 가봐야 바다요 강, 산이다. 다녀 봐서 아는데 그런 곳에 간다고 시원하지도 않다. 무지 덥기만 하다. 차라리 영화 한 편 보는 게 낫다. 바닷가보다 에어컨 돌아가는 집이 훨씬 시원하다.
아무리 무더워도 집을 떠나야 직성이 풀린다. 여행가방 끌고 비행기로 이웃나라 먼 나라를 쏘다녀야 여행다운 여행을 했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해외여행 가는데 나만 빠질 수 없다. 가자, 보라카이 발리 더 멀리 지중해로. 하다못해 일본, 순천 정원박람회라도 다녀온다.
나는 다르다. 집이 좋다. 시원한 에어컨 아래에서 책 읽고 글 쓰며 가끔 뒹굴고 낮잠 자고 맛있는 과일, 디저트 먹는 것이 7시간 넘에 구겨진 종이처럼 쭈그리고 앉아 비행기 타고 구라파 여행 가는 것보다 백배 천배 낫다고 생각한다.
남이사 어딜 가든 상관하지 않는다. 떠나라 멀리 파리로 시드니로, 그러나 나는 이 무더운 날씨에 집에 머물며 책 읽고 글을 쓴다. 그게 내가 사는 방식이다. 집 거북이라 불려도 개의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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