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에 아버님은 찾아 뵐 때면 아버님은 얼굴을 찡그리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뭐 하려 왔냐, 기름값 아깝게, 저번에도 왔으면서, 집에서 쉴 것이지". 아버님은 아들 자동차 기름값이 아까웠던 것이다. 아들이 휴일에 편히 지내길 바라는 마음에서 아버님 방식대로 거칠게 표현하시곤 했다.
용돈을 드리면 아버님은 절대 받지 않으셨다. "뭐여, 너그들도 먹고살기 힘든데, 필요 없어야". 돈 봉투 내민 내 손을 뿌리치셨다. 나중에 아버님이 받지 않으셔서 어버님께 용돈을 드렸다.
한 번은 동네 어른이 말씀하셨다. "너그 아버지, 어머니 허리가 저렇게 굽은 것은 농사일을 너무 많이 해서 그렇당께." 내 가슴에 대못이 박히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나는 불효자식이 되었다. 허리가 굽도록 부모를 방치한 못난 자식.
가난한 농부, 아버님은 아들이 결혼해서 그런대로 잘 먹고 잘 사는데도 불구하고 자식들에게 손 벌리는 법이 없었다. 스스로 민생고를 해결하셨다. 오히려 쌀농사, 고추농사로 번 돈을 안 쓰고 아끼고 아끼셔서 자식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셨다.
아버님은 자식 생일과 결혼기념일을 기억해 두었다가. 그날이 다가오면 10만원 또는 20만원을 자식 통장, 며느리 통장에 입금해 주셨다. " 25일이 결혼기념일이제, 밖에 나가서 맛난 것 사 먹어, "라고 말씀하셨다.
자식이 이사하면 어김없이 이사 기념으로 꼭 1천만원을 주셨다. 그렇게 생존을 위해 모으고 모은 피 같은 돈을 자식에게 줄 때는 하나도 아끼지 않으시고 큰돈을 쓰셨다.
돌아가실 때도 상당한 현금을 남기시고 떠나셨다. 아버님은 자신을 위해 돈을 쓸 때는 한없이 인색하셨지만 아들에게 돈을 쓸 때는 그렇게 하지 않으셨다. 이 세상을 등질 때도 그러하셨다.
비록 아버님은 배운 것도 이룬 것도 없고 그렇게 세상에 내세울 것 하나 없으셨지만 자식 사랑만큼은 유별났고 특별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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