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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과 독서

믿음 소망 사랑

by kddhis 2023. 10. 15.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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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교외 짜장면 잘하는 식당이 있다면 점심 먹으러 가잔다. 기름끼 많은 음식을 선호하지 않고 전날부터 속이 불편했지만 가정의 평화를 위해 흔쾌히 따라나섰다.

 

 

집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국도변 삼거리 모서리에 위치한 짜장면 집은 전용 주차장이 없어 식당 건물 뒤쪽 길가에 가로 주차를 했다. 아내와 아들이 먼저 식당으로 들어가고 나는 차를 반듯하게 세우고 뒤 따라갔다. 이식당도 외국인 종업원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건물 구조에 맞춘 탓인지 식당 홀은 기억자였다. 손님은 반쯤 차 있었다. 고급스럽지도 그렇다고 지저분하지도 않은 깔끔한 짜장면집, 그런데 짜장면 등 기름진 중국음식 특유의 냄새는 풍기지 않았다. 아마 음식 냄새가 식당 내부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주방 환풍기를 설치한 듯하다(정확지 않다. 내 생각이 그렇다는 것이다.). 우리는 홀 중앙 테이블에 앉아 간짜장과 탕수육을 주문했다.

 

 

음식을 먹는 와중에 아내는 "맛이지요?"라고 몇 번 아들과 나에게 음식맛을 물었다. 자기가 맛 집을 잘 선택했다는 확답을 받고 싶은 것이다. 나는 특별하게 맛있지는 않았지만 아내의 기분을 상하게 할 필요가 없어서  "맛있어요"라고 아내의 기분에 호응해 주었다.

 

 

간짜장, 탕수육 그리고 공깃밥까지 한 숟가락도 남김없이 다 비웠다. 맛있게 먹은 아내의 역할이 컸다. 계산하고 나오면서 여기서 조금 가면 조용한 카페가 있는데 거기서 커피 한 잔 하자고 아내가 제안했다. 날씨 좋은 가을 토요일 오후다. 못처럼 교외로 나왔는데 싫다고 말할 명분이 없었다. 집안의 평안을 위해 또 따라갔다.

 

 

도착한 곳은 읍소재 도로변에 위치한 문화정원 옆에 붙여 있는 오래된 공공기관 건물을 개조하여 만든 카페였다. 자방자치단체가 5년 전에 구도심 시민들을 위해 이 문화정원을 조성했음을 인터넷을 통해 확인하였다. 그러나 접근성이 떨어지고 구도심 인구가 줄어들어 정원 이용객이 많지 않아 우리 말고는 사람이 별로 없어 공원이 한가롭다 못해 썰렁했다.

 

잔디밭에서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눈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들이 빗방울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비 맞으면 곤란해서 서둘려 무릎 담요를 카페에 반납하고 차로 돌아왔다. 집으로 가는 길에  장을 보고 세탁소에 들리기 위해 내비게이션에 이마트를 선택하고 차를 몰았다. 국도확장공사로 도로가 막혔다. 아내는 우회도로를 알려줬다. 좀 돌아가더라도 막힘이 없는 우회 도로를 따라갔다.

 

 

그런데 주도로와 우회도로가 만나는 네거리에서 주도로는 막힘이 없는데 우리가 선택한 우호도로 차들의 움직임이 더뎠다. 짜증이 몰려왔다. 가뜩이나 피곤한 데다가 도로 선택을 잘못해서 도로가 먹혀 운전시간이 길어지니 맥이 풀렸다. 겨우 국도 병목 네거리를 통과해서 마트로 향했는데 중간에 마트로 가는 국도 출구를 놓쳐 삥 돌아가는 상황이 발생했다. 아니고 머리야, 또 한 번 기운이 빠졌다. 2차 충격으로 내 몸 배터리가 방전되기 일보직전이 되었다.

 

 

아내는 내 난폭 운전을 눈치채고 장은 내일 봅시다라고 해서 집으로 바로 귀가하기로 결정했다. 나이 때문인지 피곤하면 눈에서 먼저 신호가 온다. 눈이 안 좋기 때문이다. 눈이 충혈되고 앞이 뿌예졌다. 그래서 신호등 앞에 일시 정차 때 눈은 감았다.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아내는 걱정되어 집으로 가자고 했다. 집에 도착하며 곧바로 침대에 쓰러져 휴식을 취하기로 마음먹었다. 달콤한 침대만 생각났다.

 

 

그런데 막상 집에 도착해 식탁에 새벽에 읽다만 책을 보니 마음이 바뀌었다. 읽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1시간 넘게 식탁에 앉아 책을 보았다. 너무 읽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였다. 아내는 책 읽는 내 모습을 보고 작은 두 눈을 조금 크게 뜨며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럴 만도 했다. 방금 전 운전할 때 몸이 무너져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사람이 집에 와서 책을 읽는 모습이 이상했던 것이다.

 

 

이것은 습관에다 좋아하는 것이 합쳐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독서와 운전은 모두 습관이 되어 잘할 수 있지만 운전은 하기 싫은 행위인 반면에 읽고 싶은 책은 내가 하고 싶은 행위이다. 습관이 된 두 가지 행위는 좋아하느냐 좋아하지 안느냐에 따라 즐거운 일이 되기도 하고  괴로운 일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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