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코로나에 걸린 후 10일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콜록거리면 힘들어한다. 집안에서 아내의 빈자리는 크다.
아내가 만들어 놓은 밑반찬이 다 떨어졌다. 밑반찬 컨테이너로 가득한 냉장고가 텅텅 비어있다. 아침은 콩나물국에 김치만 놓고 먹었다. 그래서 고구마를 쩌 먹고 바나나와 귤, 음료로 부족한 음식을 보충했다.
아내가 부시시한 힘없는 모습을 보이며 침대에서 잠만 잔다. 집안 분위기가 마치 영하로 떨어진 오늘 날씨처럼 축축하고 썰렁하다.
역시 집안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 집안에 활기가 떨어진다. 특히 아내가 아프면 집안 꼬락서니가 말이 아니다. 대화도 줄어들고 집안이 지저분해진다.
아내가 황당한 듯 나를 보고 말한다
"쌀이 떨어졌어요."
나는 돼 묻는다.
"다 떨어졌어요?"
쌀통에 한 끼 먹을 분량정도의 쌀만 남아 있었다.
오후에 아내와 함께 농협마트에 가서 쌀과 식료품을 사 왔다. 아내의 아픈 몸이 걱정돼서 나 혼자 갔다 오겠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 나를 못 미더운 것일까. 아내는 나 혼자 어딜 보내지 않는 편이다. 아무튼 우리 부부는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항시 함께 다닌다.
영하의 날씨에도 거리에는 사람들이 오갔다. 멍멍이를 데리고 산책 나온 노부부는 자신들의 건강을 위해 이 추운 날씨에 밖으로 나왔을까. 아니면 멍멍이를 산책시키려고 나왔을까. 그게 궁금했다. 스타벅스 안에는 손님으로 가득했다. 추운 날씨 때문에 야외를 나가지 않고 따뜻한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잡담을 나누는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
쌀통에 쌀은 붓고 설거지를 한 다음 다용도실에 가득한 쓰레기, 재활용품, 음식물, 박스를 주섬주섬 정리하여 분리 수거장에 갖다 놓았다.
아내가 잠만 자고 골골거리니 정상인 나까지 맥이 빠진다. 아내의 기침하는 소리를 들으며 글을 쓰려고 모니터 앞에 앉았는데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 이 주제로 쓸까 저 주제로 쓸까 두 세문장을 써놓고 백스페이스(Backspace) 키로 지웠다 썼다를 반복했다. 핑계를 대자면 아내 기침소리가 글쓰기를 방해하고 있었다.
집안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 정신적으로 피곤하고 에너지가 분산된다. 하는 일이 잘될 일 없다. 본인을 위해서도 가족 서로를 위해도 아프지 말아야 한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의 전제 조건은 가족의 건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