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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장난

믿음 소망 사랑

by kddhis 2024. 1. 9.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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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3살이나 4살 많은 사촌 누나가 한 분  계셨다. 누나와 함께 국민학교를 몇 년 다녔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다.

 

 

누나의 아버님(나에게 큰 아버님)은 병으로 돌아가셨고 누나의 어머님은 누나를 데리고 집을 나가 살았다. 그 후 어느 날, 누나가 아홉 살 때, 누나의 어머님은 누나를 못 키우겠다고 하면서 누나를 어머님께 맡기셨다고 한다. 이후 누나는 우리 집에서 우리와 함께 살았다.

 

 

우리 아버지는 사실 둘째 아들이었는데 아버지의 형이 돌아가시는 바람에 아버님이 장남이 되었다. 이게 우리 아버님의 운명이 되어 버렸다.

 

 

누나는 국민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서울로 올라갔다. 1960년이나 1970년 초반에는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여학생들은 대부분 서울로 상경해 직장을 다녔다. 어린 여학생들은 대체로 방직공장 같은 일터에서 일을 했다.

 

 

그 후 수년동안 누나를 보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 누나는 갓난아이를 데리고 우리 집에 왔었다. 오랜만에 만난 누나는 나에게 어색한 존재였다. 딴 사람처럼 낯설게 느껴졌다. 누나는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남자(매형)를 만나 결혼하여 아이를 낳아 고향을 찾아온 것이었다.

 

 

그 후  또  수년의 시간이 지나서 누나는 간경화로 돌아가셨다. 젊은 누나는 어린 딸을 두고 저 세상으로 떠나 버렸다. 누나는 세상을 허망하게 살다 떠난 불쌍한 케이스라 하겠다.

 

 

만약 만약 큰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우리 아버지는 차남이어서 조부모의 부양의무를 지지 않았을 것이고 이에 따라 아버님은 조부모님과 함께 시골고향에서 평생 농사를 짓고 살지 않았을 것이다. 즉 아버님이 농부로 사셨던 것과 다른 인생을 사셨을 것이다.

 

 

하지만 운명은 큰 아버님과 우리 아버님을 가만 두지 않았다. 운명은 큰 아버님을 일찍 돌아가시게 했고 아버님이 장남이 되어 조부모님을 모시고 평생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살도록 만들었다. 이것이 두 형제의 운명이었던 것이다.

 

 

이렇듯 인간은 자기 마음대로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뜻밖의 우연히 인간의 삶에 개입하여 한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아 버릴 수 있다. 바뀐 삶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운명은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만약 큰 아버님이 돌아가시지 않았다면 우리 아버님은 조부모를 큰 아버님에게 맡겨놓고 한결 자유로운 몸이 되어 가난한 시골을 떠나 도시에서 살았을 것이다.

 

 

아버님이 평생 농부로서 살게 만든 운명은 큰 아버님의 죽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것을 가리켜 우리는 '운명의 장난"이라고 말한다. 두 형제의 운명은 이제는 이 세상에 없다. 각기 다른 시각에 두 형제는 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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