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15분이다. 해 뜨는 일출시각에 정확히 대추밭에 도착했다. 우연의 일치다.
주차하고 대추밭으로 나오니 이름 모를 새소리가 들렸다. 새들이 시끄럽게 요란을 떨며 나를 반겼다. 이 시각에 이 장소에서만 들을 수 있는 새들이 합창을 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소리는 난생처음 듣는 새소리다.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새소리는 딱 두 소리다. 참새와 뻐꾸기, 짹짹짹, 뻐꾹뻐꾹,,, 정말로 새소리가 요란했다. 조용한 새벽에 새소리를 들으니 안개가 얕게 낀 들녘이 마치 동화 속 한 장편을 보는 듯 기분이 야릇했다.
신선한 새벽 공기를 마시며 대추밭을 둘려봤다. 새소리 말고는 100여 그루가 심어진 대추밭은 조용했다. 대추나무는 주인이 왔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대추나무는 새들과 다르게 무심히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아직 끝내지 않은 예초작업을 시작했다. 베어진 잡초에서 풀향기가 코끝을 자극했다. 특히 쑥 향기가 가장 진했다. 단번에 쑥이라는 것을 코가 알아차렸다. 쑥향기는 신선했고 향긋했다..
아무도 없는 새벽에 이렇게 풀내음을 맡으며 예초기를 부지런히 돌렸다. 그러기를 1시간가량 지날 때쯤, 예초기 배터리가 다돼서 더 이상 예초작업을 할 수가 없었다. 이제 집에 갈 시간이 되었다.
집에서 가져온 토마토와 빵을 먹고 요구르트와 생수를 마셨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은? 바로 땀나게 일하고 먹는 음식이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하루를 시작했다. 나는 왜 이른 새벽에 대추밭에 왔는가. 왜 이렇게 열심히 예초작업을 하는 걸까. 내가 할 일이고 재미있어서일까. 딴 거 없다. 그냥 성실히 사는 중이다.
대추밭 일만이 아니다. 대추밭에서 돌아와서 아침을 먹고 바로 헬스장에 갔다. 러닝머신에서 5킬로미터를 쉬지 않고 40분을 땀나게 뛰었다. 나는 왜 이렇게 미친 듯이 뛰는 걸까. 딴 거 없다. 육체와 정신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함이다.
나는 왜 눈이 아픈데도 매일 같이 책을 읽는 걸까. 딴 거 없다. 살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이다. 글쓰기도 독서와 마찬가지다. 살기 위해 쓴다. 퇴근하고 늦은 밤에 피곤한 몸을 추스르며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다.
직장에 다니면서 달리기, 독서, 글쓰기 등 이 모든 나의 행동은 딴 거 없다. 충만하게 살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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