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빛이 저물어가는 늦은 오후에 크로스 가방을 멘 젊은이가 버스에서 내려 주택가 골목길을 걷고 있다.
어두워지기 시작한 골목길에 낙엽은 사방팔방으로 나부끼고 있는 꽤 넓은 주택가를 쓸쓸히 걸어가고 있다.
축 처진 몸으로 힘 없이 걷는 젊은이의 모습이 처량하게 보였다. 세상의 온갖 고민을 혼자다 간직한 듯한 그이 표정이 안쓰러웠다.
내일이면 모두가 기다리는 추석연휴인데, 이 젊은이는 무슨 이유로 기운 하나 없이 걸어가고 있을까. 궁금하지 않습니까?
35년 전, 25살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한 이 젊은이가 바로 접니다.
마음 굳게 먹고 공부를 시작한 지 2년이 지났는데도, 공부 성과는 나오지 않아 답답해하던 시기였다. 당시 "왜 사는 걸까?"라는 질문을 여러 번 했던 기억이 새롭다.
나는 주택가 꼭대기 후미진 곳에 위치한 허름한 자취방에 도착해 김치와 장조림을 앞에 놓고 밥을 먹고 방 벽에 기대어 멍하니 맞은편 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일이면 추석 전날이라 부모님 댁에 가는 날이다. 하지만 고향집에 가기가 두려웠다. 솔직히 부모님을 뵐 면목이 없었다. 2년 동안 공부한 결과를 부모님께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진 것도 잘난 것도 특별한 능력도 없었던 그 시절, 앞이 캄캄했던 그 시절, 절구하고 울고 싶었던 그 시절, 외로웠고 쓸쓸했던 그 시절, 주위에 아무도 없었던 암흑기였다.
어쨌든 추석 전날 늦은 밤에 고향집에 갔다. 밝은 대낮에 고향에 가기 싫었다. 혹시 동네 어르신 만나면 면목없을 것 같아 밤에 남몰래 부모님 댁에 들어갔다.
암울한 20대 후반, 이처럼 자신감이 바닥이 있었다. 힘들게 하루하루를 겨우겨우 버텨내고 있었다.
벌써 세월이 35년이 지났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20대가 좋았다.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늦게 공부를 시작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공부하기에 늦은 나이가 아니었다. 공부하는데 늦은 나이는 없기 때문이다.
아직도 그때 그 거리의 기억이 또렷하다. 쓸쓸하게 걸아가는 그 주택가 골목길, 그 침울한 느낌이 아직도 남아있다. 정말 외로웠다. 허전했고 답답했다. 위로해 줄 사람도 없었다. 철저히 고독했던 것이다.
이런 느낌이 워낙 강해서 35년이 지난 지금도 그 기분이 남아있는 것 같다. 추석 전날, 골목길을 걷던 그날 그 느낌이 아직도 내 마음속에 쓸쓸히 남아있다.
나의 20대는 그랬다. 지금은 가슴 뭉클한 내 청춘의 한 장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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