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10월이 되자마자 기온이 뚝 떨어졌다. 바람까지 차갑다.
하루아침에 날씨가 돌변해 버렸다. 엊그제 만해도 낮에는 더웠는데 오늘은 긴소매 옷을 입어야 할 만큼 쌀쌀해진 것이다.
시원한 날씨를 좋아하는 아내와 함께 가을 정취를 느끼며 하천길을 따라 거닐었다. 구름까지 끼어서 산책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날씨는 일 년에 며칠이 채 되지 않을 것이다.
흐르는 시냇물에 고개를 처박으며 물놀이하는 오리를 보면서 평화로운 시간을 즐겼다. 은빛을 드려내는 조그마한 물고기도 가끔 보였다
우리는 알맹이 없는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 걸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아내는 나온 김에 마트에 들러 아침에 깨버린 계란찜용 뚝배기 그릇을 사자고 했다.
여기서 마트까지 가려면 아내 걸음으로 먼 거리인데, 뚝배기를 꼭 사야 한다는 생각에 아내는 마트까지 거리는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하지만 나는 아내가 걱정이 되었다. 아내는 걷는 것을 무지 싫어한다. 이유는 아내 발이 작아 걷는데 불리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아내 의견을 존중하여 마트까지 걸어갔고 뚝배기를 구입하여 다시 마트에서 집으로 걸어서 돌아왔다. 걷는 시간은 어림잡아 왕복 1시간 30분쯤 소요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오랜만에 상당한 먼 거리를 거닐었다. 피곤했는지 아내는 집에 오자마자 저녁도 먹지 않고 꿈나라로 떠나버렸다. 참 평화롭고 무탈 없는 10월 첫날을 이렇게 보냈다.
오늘이 10월 1일 '국군의 날'이다. 정부에서 인심을 써서 금년 국군의 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여 못처럼 집에서 푹 쉴 수 있었다.
정부는 온갖 이유로 세금을 뜯어가고 엉뚱한 성과 없는 정책을 난발하며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며 국민을 못살게 굴지만, 때로는 오늘처럼 정부가 고마울 때가 있다.
나는 정부를 고마운 존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즉 개인적으로 정부를 벌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유는 정부가 제대로 한 게 벌로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소견은 전적으로 내 주관적인 생각이니 오해마시라.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다.
(가끔 글을 쓰다가 이렇게 주재와 다른 엉뚱한 길로 갈 때가 있다. 그러면 어떠리, 다시 원 주재로 돌아오면 되지. 설령 주재에서 벗어난다고 해도 개의치 않는다. 엉뚱한 주재도 역시 내 의식의 표현이니까.)
(다시 돌아와 글을 마무리하겠다.)
문제는 다음날 아침, 아내의 몸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결국 어제 무리하게 걸는 바람에 아내는 출근을 포기한 것이다.
아침에 힘겹게 일어나 "저, 오늘 출근 못 하겠어요."라는 아내 말을 들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좋은 것도 너무 지나치면 오히려 손해다. 몸과 정신에 좋은 산책도 무리하면 건강에 해롭다."
PS) 2024.10.1 노트에 적어 놓은 글을 일부 수정하여 오늘(10월. 10일) 이곳에 옮긴 글이다.
글이 잘 써지는 장소는 따로 있다 (2) | 2024.10.12 |
---|---|
아내의 승전보를 기다리며 (3) | 2024.10.11 |
고구마 수확 체험기 (14) | 2024.10.09 |
글쓰기를 중단한 사연 (4) | 2024.10.09 |
포기할 수 없는 것 (1) | 2024.09.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