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3차례에 걸쳐 고구마 수확 작업을 했지만, 11월인데 아직 캐지 못한 고구마가 남아 있었습니다.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 미루고 미루다가 오늘에야 비로소 고구마 밭에 왔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와 핑계로 고구마 캐는 일을 차일피일 오늘까지 미룬 것입니다.
11월이라 기온이 떨어져 캐지 않은 고구마 줄기와 이파리는 시들시들 말라 비뚤어져 힘없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10월 내에 고구마 캐는 작업을 마무리했어야 했는데, 이런저런 일로 고구마 밭에 오지 못했습니다. 11월이 되자 고구마 잎이 죽은 것입니다
올해 처음 심은 고구마인데 멋모르고 너무 많이 고구마를 심었습니다. 약 80평가량에 고구마을 심은 게 무리였습니다. 우리 가족이 겨울 내내 먹어도 남을 정도의 고구마를 수확했습니다.
그래서 아직 캐지 않은 고구마 밭에 애착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고구마 밭을 정리하지 않으면 내년 농사에 지장이 있기에 밭 정리가 필요해서 오늘 고구마 밭에 온 것입니다.
밭에 도착하자마자 숨돌리 틈도 없이 낫으로 고구마 줄기를 걷어 내고 삽으로 고구마가 심어 있는 주변의 흙을 삽으로 파낸 다음에 손으로 고구마를 뽑았습니다. 혼자서 이렇게 작업을 약 2시간쯤 했습니다. 휴일을 맞아 늦잠 자는 아내를 차마 깨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 혼자 고무마밭에 온 것입니다.
깔끔하게 밭을 정리하지는 못했습니다. 다음에 다시 와서 마무리 작업을 할 계획입니다. 또한 밭 구석에 설치해 놓은 조그마한 비닐하우스의 지붕이 무너졌습니다. 지붕 수리를 위해서는 작업 보조자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다음에 올 때는 아내와 함께 와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혼자서 비닐 팩 한가득 고구마를 캣습니다. 마지막 고구마 수확량입니다. 내년에는 고구마를 심지 않거나 심어도 올해의 절반 이하로 줄일 계획입니다. 고구마 대신 옥수수를 더 많이 심기로 아내와 약속했습니다.
옥수수 재배가 훨씬 수월합니다. 하지만 내년 봄에 가봐야 어떤 밭작물을 경작할지가 결정될 것입니다. 지금 마음 같아서는 고구마를 심지 않고 전부 옥수수를 심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져 있습니다.
농사짓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농사일이 어렵다는 것을 밭일을 해보면 알게 됩니다. 차라리 돈 주고 마트에서 깔끔하게 다듬어진 채소, 야채, 과일 등 농산물을 사 먹지 힘들게 재배해서 자급자족 하기는 싫을 것입니다. 특히 젊은이들은 더욱 그럴 것입니다. 아마 농사일도 3D 업종에 속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농촌을 떠나는 이유입니다. 힘도 들고 수익도 변변찮고 특히 농작물 수확이 날씨에 좌우되는 것도 농사를 기피하는 이유입니다.
근면하게 농사일을 한다고 수확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농작물 수확은 날씨가 받쳐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더 농부를 곤란하게 만드는 것은 풍년이 들면 대체로 농작물 가격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이래저래 농사는 걱정되는 직업 중에 단연 으뜸입니다.
농수산물 사 먹는 소비자는 가격이 비싸다고 푸념하지만, 이처럼 어렵게 농사짓는 농부들을 생각하면 조금은 위안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얼마나 편리하게 농수산물을 사 먹고 있는지를 밭농사를 해보니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우리 농산물을 애용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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