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부터 가을까지 주말이면 꼭 가는 곳이 있다. 바로 주말농장이다. 이곳에 옥수수, 강낭콩, 땅콩 등 밭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집에서 차로 20여분 떨어진 곳에 있어 매일 밭에 가지는 못한다.
오늘은 보온 덮개를 밭 입구에 깔았다. 잡초와 흙탕물로 인해 밭 출입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한 창 작업을 하는데 비가 한두 방울 떨어지더니 이내 쏟아져 서둘러 작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5년 전부터 주말농장을 시작했다. 수박, 참외 등 다양한 작물을 심어보았지만 농사 경험이 부족해서 작물 재배에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았다.
올해는 재배하기 수월한 강낭콩과 옥수수를 위주로 심었다. 강낭콩과 옥수수은 심어 놓기만 하면 알아서 스스로 자라는 품종이다. 주변 잡초만 제거해 주면 특별히 돌 볼 일이 없다. 여타 농작물은 손이 많이 간다.
이처럼 직장을 다니면서 농사일을 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시간이 문제이다. 농작물 관리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게으른 주말 농부의 변명이다.
하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음에도 주말 농사를 계속하는 이유는 농작물이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을 기르듯 잘 자라는 농작물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 그래서 힘들어도 아내의 핀잔에도 주말 농사일을 멈추지 않는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내는 내게 "당신이 좋아서 즐겨하는 일이 없는 것 같다."며 "당신은 독서와 주말농장을 당신의 취미라고 말하지만 독서는 정신노동이고 주말농장은 육체노동이지 정말 좋아서 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라고 말한다.
아내는 힘들지 않고 즐거운 취미를 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내 바람과 다르게 아직까지 독서, 글쓰기 그리고 주말농장만큼 내게 즐거움을 주는 것을 아직 찾지 못했다. 그때까지 이것들이 내 취미라고 해도 무방하다.
주말이 가까워질수록 강낭콩, 오이, 옥수수 등이 보고 싶어 진다. 얼마나 자랐을까. 잘 크고 있나. 어떤 모습으로 변했을까. 어쩌면 주말농장, 독서 등이 진정한 내 취미가 아닐까. 집에 있는 파랑새를 엉뚱한 곳에서 찾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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