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을 맞아 객지에서 직장을 다니는 큰아들이 어제 집에 왔다. 그러나 아들은 아쉽게도 집에서 오늘부터 3일간 머물다가 자기가 살던 도시로 다시 떠난다고 한다.
우리 네 식구(아내, 아들 2. 그리고 나)가 함께 모이게 되는 때는 그리 많지 않다. 1월 1일, 추석과 설날 등 1년에 많아야 3일이나 4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된 시기는 큰아들이 대학입학과 동시에 집을 떠난 이후부터 시작되었다. 아들이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만 해도 우리 네 식구는 한 공간에서 지지고 볶으며 서로 부대끼며 살았는데 말이다.
둘째 아들마저 떠났을 때는 집안 분위기가 깊은 산속처럼 고요했다. 그런데 지금은 둘째 아들이 집에 잠깐 동안 머물고 있어 집안이 한결 포근해 졌다. 아들이 자기 방에 만 있어도 집이 적막하지 않으며 아들과 많은 대화가 없어도 집에 아무도 없는 것보다 백배 천배 낫다.
설연휴를 맞아 모처럼 두 아들이 집에 있어 더없이 풍족하다. 나도 늙었나 보다. 집 떠난 아들이 보고 싶어서일까. 아니면 옛날처럼 왁자지껄한 생기 있는 집이 그리워서일까. 어쨌든 설날을 맞아 집에 온 아들이 반갑고 좋다.
우리 가족은 아이들이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마치 한 세트처럼 움직였다. 병원에 데리고 다니고, 여행 함께 가고, 외식하고, 어린이집과 유치원 데려가고 데려오고, 초등학교 하교시간에 마중 나가고, 늦은 밤 학원에서 데려오고, 초중고 입학식과 졸업식에 참석하는 등 바쁘고 정신없이 지냈지만, 그때가 젊었고 행복한 시기였다는 것을 아쉽게도 아들이 성인이 되어 집떠난 후에야 깨달았다.
앞으로 두 아들이 각자 직장 다니며 자기 생활하기 바쁠 것이다. 그러면 우리 부부와 함께할 시간이 점점 줄어들 것이 자명하다. 특히 아들이 결혼하여 자기 가족을 구성하게 되면 지금보다 더 우리 부부와 멀어질 것이고 그때쯤이면 우리 부부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될 것이니.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함께 할 시간이 아직 남아있느니,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한다. 지금까지와 같이 죽는 그날까지 우리 네 식구가 서로 함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좋은 추억을 더 많이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지구라는 별에 홀연히 와서, 아내를 만났고 첫째, 둘째 아들을 연달아 만나서 가족으로 30년 이상을 함께 살고 있으니, 얼마나 서로에게 특별하지 않겠는가. 부부, 모자, 부자 사이만큼 특별한 관계가 또 있겠는가. 하늘이 맺어준 인연인데 말이다.
하지만, 이런 특별한 만남에도 헤어짐이란 종착역에 이를 수밖에 없는 게 인간의 운명이니 어찌 하겠는가. 그럼에도 우리 가족의 지구별 여행이 끝나는 그날까지 서로에게 따뜻한 사랑과 행복한 추억을 더 남겼으면 하는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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