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진료비가 7,200원 나왔다. 수납창구에서 진료비를 결재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7,200원은 어떻게 산정되었을까?
병원 진료비가 적정한지 따지는 환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환자(보호자)는 병원이 청구한 진료비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납부한다. 나는 진료비가 어떻게 산정되었는지를 문의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각종 치료비, 수술비 등 의료서비스 비용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또한 병원이나 국가는 병원비용을 알려주지도 공개하지도 않는다. 다만 납부 청구서에 찍혀 있을 뿐이다, 왜 그러는지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어쨌든 병원은 진료비를 책정하고 환자는 그에 따라 비용을 납부하는 의료수납시스템에 잘 적응하며 병원을 들락거린다. 내가 아는 바로는 그렇다.
물론 과잉진료나 과잉청구를 조사해 병원의 부정을 막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심사평가원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 기관 역시 그들만의 전문영역이다. 일반인에게 공개된 의료서비스 품목별 진료비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대장암 검사하라는 독촉 메시는 수없이 보내지만 진료비 정보는 보내 주지 않습니다. (혹시 의료비 공개에 대해 제가 잘못 알고 있으면 지적해 주시고 정보공유 부탁드립니다.)
병원처럼 고객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는 또 다른 서비스 분야가 있다. 바로 자동차 수리정비업이다(일명 카센터). 지난주 엔진오일과 라이트 전구를 교체하는데 75,000원이 들었다. 교체비용이 어떻게 산정되었는지 묻지 않고 결재를 했다.
일반인은 카센터가 제공하는 자동차 부품 수리 서비스 단가를 알기 어렵다. 병원 못지않게 서비스 공급자(카센터)가 고객(차주) 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는 서비스 영역이다. 공인자동차서비스센터도 매한가지다. 오히려 이곳은 정품이라는 명목 하에 수리비를 더 받는다. 한 마디로 자동차 수리비 산정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센터 사장 마음에 달려 있다.
식당에 가면 메뉴별로 가격표가 붙어 있는데 병원과 카센터에는 가격표가 없다. 음식점에서는 의무적으로 국내산 외국산을 구분하여 원산지 표시판을 게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법위반으로 과태료 물고 영업정지를 당한다.
병원이나 카센터도 식당처럼 치료비, 수술비, 엔진 수리비 등 서비스 품목별 가격표를 게시하는 것을 의무로 했으면 좋겠다. 이를 테면 진료비 7천원, 위내시경 검사 20만원, 매장수술 30만원, 정품 엔진오일 교체 60천원...
다른 서비스업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치과와 카센터는 신뢰가 사업성패를 좌우한다. 고객은 이쪽 분야를 잘 모르기에 때문에 믿음이 가고 실력 있는 치과와 카센터를 이용할 확률이 매우 높다. 기술과 신뢰가 없는 치과나 카센터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환자는 병원이 멀어도 비용 따지지 않고 믿을 만한 치과를 찾아간다.
생존 기계인 유전자(뇌) 때문에 본능적으로 생존에 유리한 쪽을 선택한다. 병원이든 배우자든 수능점수 올려주는 일타강사든 생존에 관련된 모든 영역에서 이런 선택이 이루어진다. 장사나 사업에서 이런 인간본성을 이해하여야 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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