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 비가 내린다. 가을 비다. 자동차 타이어가 빗물을 밟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비 때문일까. 기분이 착 가라앉았다. 우울증 환자의 기분이 다운되기 딱 좋은 날씨다.
아침저녁 날씨가 선선해 산책하기 안성맞춤이지만 낮에는 더워서 아직 여름옷을 입고 있다. 이 비 그치면 가을답게 긴소매 옷을 입고 다닐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무더운 여름이 길어서 가을 옷을 빨리 만나고 싶은 것이다.
가을이 되면 기다리는 날이 있다. 바로 추석이다. 이달 9월 28일 목요일부터 10월 3일 화요일까지 6일간 추석 연휴다. 사업주는 반갑지 않겠지만 직장인에게는 긴 황금연휴다. 어찌 기쁘지 아니하겠는가.
추석이 다가오면 외롭고 쓸쓸했던 옛 추억이 떠오른다. 30년 전 추억이다. 그 당시 추석은 나에게 즐거움보다 고통, 설렘보다 불안, 재미보다 불편을 주었다. 결실의 계절이었지만 추석의 풍요는 없었다.
20대 후반 늦은 공부 때문에 내세울 게 없었던 백수로 명절 때 아버님을 뵙기가 죄송스러웠고 민망했다. 자격지심이 심했다. 부족하고 보잘것없는 자신을 보고 기가 죽어있었다.
추석 전 날로 기억된다. 해 떨어질 무렵, 버스 승강장에서 내려 자취방으로 걸어가던 슬슬한 거리의 기억은 다음과 같이 뇌리에 아직도 생생히 남아 있다. “바람에 낙엽이 이리저리 길바닥에 나붓 끼는 인적 드문 황량한 주택가 풍경의 쓸쓸함”. 그 풍경의 쓸쓸함은 나였다.
힘든 시간 그래도 흘려갔다.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그땐 왜 그렇게 의기소침했는지. 돌아보건대 아마 청년의 여린 감성이 한몫했을 것이다.
3년 넘게 공부만 하고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친구도 동료도 그 누구도 곁에 없었다. 한마디로 고립된 나 자신을 발견했다. 공부 결과도 신통치 않아 외로웠고 힘들었던 시기였다. 나는 그렇게 청춘병을 심하게 앓고 있었다.
추석 명절이 다가오면 그 추억이 가슴 아리게 떠오른다. 낙엽이 떨어지는 황량한 골목길을 힘없이 걸어가는 그 청년, 세상의 온갖 쓸쓸함을 다 지닌 청년을 매번 다시 만난다. 올해도 어김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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