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 20분, 컴컴한 사무실 입구에 도착한 시각이다. 복도 전등 스위치를 켜고 지문인증으로 출입문 잠금을 풀어 사무실 문을 열었다. 오늘도 제일 먼저 출근했다.
창문을 열자 신선한 공기가 사무실로 들어와 답답한 실내공기와 섞이면서 밀폐된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갔다. 사무실 안과 밖 공기가 확연히 다르다.
아직 사무실에 나 말고는 아무도 없다. 8시에 가까워지면 직원 두세 명이 들어오고 나머지 대부분은 9시 임박에서 출근한다. 컴퓨터 전원을 켜 업무시스템을 구동시킨 다음 출근 체크하고 메시지를 확인 후 문서함과 주요업무를 탐독하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내가 일찍 출근하는 이유는 출근시간을 줄이기 위함이다. 7시에 집을 나서면 사무실 도착시각은 7시 20분으로 이동시간이 20분 소요되지만 이보다 출근이 늦어지면 30분 넘게 걸린다. 그 짧은 시간에 출근소요시간 10분 차이가 나는 이유는 출근자들이 도로로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출근을 서두르면 하루에 10분 정도 시간을 아낄 수가 있다. 하루 10분은 별거 아닐 수 있지만 1년 단위로 환산하면, 월 20일 출근한다는 가정 하에 연간 2,400분(40시간)을 덤으로 버는 셈이 된다.
사무실에 일찍 도착해서, 빠르게 일과를 확인하고 노트에 상념을 낙서하듯 써보고, 어제 쓴 글을 읽고 수정도 한다. 가끔은 책도 뒤적거린다. 이것이 일찍 출근해서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며 보너스 시간이다.
보통 직장인에게 9 to 6 범위 안에서 출퇴근을 한다. 이 범위에서 각자 자유롭게 출퇴근 시간을 선택하는 게 요즘 직장 분위기다. 하지만 아침에 늦장 부려 도로에서 허비되는 시간을 하찮게 생각하면 안 될 것이다. 버려진 시간은 의외로 많다. 출근시간이 그렇다. 가능한 이런 시간을 긁어모아 허비하지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유한하다. 하지만 알뜰살뜰 시간을 쓴다면 남보다 더 긴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아낀 시간으로 유형이든 무형이든 가치 있는 것으로 바꾸어 놓아야 한다. 시간을 그 무엇으로 바꾸는 작업이 없다면 그 어찌 허망하지 않겠습니까.
시간을 무엇으로든 바꾸어 놓았다면 가치 있게 시간을 썼다고 말할 수 있다. 그 시간에 독서해서 지식 습득으로, 운동해서 건강한 신체로, 기술을 연마해서 기술취득 등으로 바꾸어 놓아야 인생이 물 흐르듯 만사형통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시간을 무가치하게 썼다고 하겠다. 사실 우리는 이렇게 유의미하게 시간을 쓰고 있다. 의식을 못할 뿐이다.
혹시 잠자리에 들기 전 아무 일 없이 지낸 오늘에 행복해하는 것은 아닌지. 무탈하게 보내는 것도 좋지만 오늘 하루를 가치 있는 것으로 바꾸어 놓았다면 더 편안한 잠자리에 내일의 희망까지 품고 잠을 청할 수 있다. 이게 바로 행복이다.
누구나 하루 24시간씩 꼬박꼬박 받아쓰며 산다. 하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진다. 낭비될 수 있는 시간을 줄이고 시간을 가치 있는 것으로 바꾸는 사람이 경쟁력 있는 인생 승자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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