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수정해 나아가는 과정이다.
린스타트업(Lean Startup)이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빠르게 최소 기능제품을 만든 다음 고객 반응을 얻고 피드백을 받아 제품을 보완, 개선해 나아가는 방식이며 창업가들이 널리 사용하고 있는 벤처 창업 형태이다.
글쓰기도 린스타트업 방식과 다른지 않다. 일단 아이디어나 콘텐츠를 종이에 메모하듯 적는다. 이걸 가지고 초안 글을 쓴다. 그리고 초안 글을 여러 번 수정하여 글의 완성도를 높여 간다. 이것이 글쓰기의 기본 페턴이다. 대부분 작품은 이런 과정을 걸쳐 출판된다. 단 번에 일사철리로 쓰여진 글은 드물다.
그래서 글쓰기에서 기본이며 중요한 것은 노트에 일단 써보는 것이다. 생각만 해서는 절대로 글을 쓸 수 없다. 유치하더라도 망설이지 말고 글을 써야 한다. 멋진 문장이 떠오를 때까지 글쓰기를 기다린다면 영원히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처음부터 완벽한 글을 쓰려는 욕심이 글쓰기를 망치는 최고의 수단이다. 하지만 어설픈 초안을 쓰고 그 초안 글에서 기존 문장과 문단을 버리기도 하고 또는 새로운 아이이어 문장을 추가하다 보면 한 편의 글이 점차 모양새를 갖추어 가게 된다.
여기서 믿어야 할 것은 좋은 아이디어나 문장은 글을 쓰면서 떠오른다는 사실이다. 우리 뇌는 어떤 것에 대해 계속 생각을 하면 그와 관련된 또는 연관된 또 다른 상념이 떠오른다. 그래서 생각하는 방법으로 글쓰기가 최고라고 한다.
물리학자이며 뇌 과학자로 알려진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는 <열두 발자국>에서 혁신은 다양한 시도를 하고 계획을 끊임없이 수정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고 강조했다. 정재승 교수 주장대로라면 초안 글을 수정하여 글을 완성해 가는 과정이나 린스타트업 방식으로 최초 기능제품을 보완 개선하여 제품을 만드는 과정이 혁신을 이루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혁신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하나 들어 보자. 과가 내가 다녔던 A기관에서는 공소장과 같은 문서를 생산하는 일이 주 업무였다. A기관은 담당 실무자가 작성한 문서를 여러 단계를 걸쳐 수정 보완하여 최종 본을 완성하는 문서 작성 프로세서를 구축하고 있었다.
※ 공소장 :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고자 할 때 관할 법원에 제출하는 문서
이것은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가. 실무자가 생산한 처음 문서는 고칠 게 많다는 것이다. 실무자가 무능해서 그런 게 아니다. 누가 썼던 모든 초안은 고칠 여지가 많이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완벽에 가까운 문서를 만드는 최고의 방법은 빠르게 초안을 그리고 가능한 여러 번 수정작업을 하는 것이다.
생각이나 계획만으로는 그 어떤 것도 성취할 수 없다. 해보는 게 중요하다. 일단 아이디어나 가설을 행동으로 옮기고 수정과 보완, 개선을 하다 보면 이전 것보다 한결 나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방식이 혁신이며 모든 분야 어떤 영역에서나 적용된다.